관련링크
본문
다음 블로그에서 옮겨 오는 것과 별도로, 새로 정리한 이야기도 옮겨오고 있기 때문에 순서가 좀 엉킵니다.
베를린 시가전이 벌어지는 동안 남동쪽에서는 9군의 패잔병이 소련군의 포위망을 뚫고 서쪽으로 탈출해 미군에게 투항하려는 지옥과 같은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위의 원 안이 할베 포위망이죠.
전투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일방적인 학살을 당하면서 운좋은 일부는 탈출했고 약 10만 명 정도가 포로가 되었습니다. 전사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할베Halbe 포위망 탈출 1부
할베는 독일 전국에 산재한 수천 개의 소도시 중 하나였다. 나무집, 시장광장, 교회, 작은 철도역이 있는 조용한 마을이었겠지만 4월말 밤하늘은 조명탄 낙하산으로 뒤덮였다.
밖으로 나가 주변을 확인하고 운전병에게 방향을 지시하려고 했다. 외곽에 2~30명의 민간인 시체가 보였다. 포탄에 맞은 것 같았다. 우리는 시체를 지나 다른 전차를 따라 주도로로 올라섰다.
독일군이 모스크바 폭격을 위해 투하한 조명탄입니다. 할베 밤하늘도 이런 모습이었겠죠.
킹타이거가 주도로 옆에 정차해 있었고 포탑은 2층 창문과 비슷한 높이였다. 카포Capo(분대장)의 판터가 앞에 있었고 내 뒤로는 병사와 민간인이 건물 틈에서 끊이지 않고 밀려들었다. 무기와 규율을 잊지 않은 몇몇 병사가 건물을 뒤지며 적군(소련군)의 흔적을 찾았다.
앞 열의 집에서 러시아군과 교전이 벌어졌고 창문으로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져 넣어 몰아내려고 했다. 총성과 폭음이 들릴 때마다 민간인이 전차 주위로 좁혀 들었는데 그 중에는 병사도 꽤 많았다. 그들은 부상병이 아니었는데도 무기도 없었고 전방에서 고전 중인 전우를 외면하고 전차를 방패막이 삼았다.
조명탄이 아직 머리 위를 밝히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쏘아 올리지 않았다. 우리가 할베를 이미 장악했고 조명탄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어둠 속에서 시가전이 계속되었고 섬광이 곳곳에서 터지면 현관을 오가는 병사들이 보였다.
아군이 적군 몇 명을 끌어내 인도에 내동댕이쳤다. 모두 몰려들어서 (탄약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머리판, 부츠, 야전삽으로 때려 죽였다. 인도에는 짓이겨진 적군시체가 나뒹굴었다.
이제 서쪽으로 빠져나갈 차례였다. 뒤를 보니 말, 손수레, 차가 뒤엉킨 탈출이 먼 곳까지 강을 이뤘다. 킹타이거가 선두에 서서 보병을 엄호하며 이동하자 우리 판터 2대도 서서히 뒤를 따랐다. 우리 뒤를 따르던 피난민은 안전하다고 느꼈는지 판터를 지나 서둘러 빠져나가려고 했다.
판터가 마치 바다 가운데의 작은 섬처럼 피난민에 쌓였을 때에 적군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적군은 근처에 관측병을 숨겨두고 일부러 이 때를 노렸다. 포격은 매우 정확하게 목표물을 찾아 들었다.
적진 돌파는 타이거 또는 킹타이거의 임무였습니다.
첫 탄은 우리 뒤에 떨어졌는데 많은 사람이 공중에 떠올랐고 인도 조약돌이 파편처럼 좁은 거리를 휩쓸었다. 포격은 뒤에서 앞으로 떨어졌다. 포격을 피해 건물로 들어간 사람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건물이 무너지며 깔려 죽거나 창문으로 튕겨 나왔다. 한 병사와 여성은 발이 잘려 상점으로 날아간 후에 불타 죽는 것을 보았다.
‘중사님. 전속으로 빠져나갈까요?’
전방의 킹타이거는 속력을 올리며 포격에서 빠져나가다가 주변에 있던 많은 피난민을 죽였다. 신체 일부는 인도로 튀었고 일부는 거대한 금속 트레드에 끌려가다가 사라졌다.
포탄은 몇 초마다 떨어졌다. 고폭탄과 소이탄 로켓이었다.
내 앞의 도로에 백색 섬광이 터졌는데 잠망경으로 봤는데도 눈이 아플 정도였다. 불길이 번지면서 전차 밖의 열기가 느껴졌다. 화학물질의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집보다 몇 미터 높게 소용돌이쳤다. 집은 마치 용암을 뒤집어 쓴 것 같았다. 몇 명이 창문으로 뛰어 나왔지만 마그네슘이 달라붙어 온 몸에 불탔다.
앞에 있던 8륜 지휘장갑차가 포탄을 피해 후진하다가 우리 전차와 강하게 충돌했다. 장갑차는 빠져나가려 했지만 바퀴소리만 요란했다. 장갑차의 펜더가 전면장갑 아래에 끼었다고 통신병이 알려주었다. 연료탱크에서 가솔린이 흘러나오자 운전병이 해치를 열고 달아났다. 그대로 있다가 포탄에 맞으면 우리도 위험했기 때문에 사람이 남아 있던 말던 그냥 밀고 나가라고 명령했다.
장갑차 뒤를 뭉갠 후에 옆으로 밀어버리고 계속 나갔다. 국민돌격대Volkssturm 몇 명이 파괴된 T-34 뒤에 숨은 적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전차 잔해를 밀어버리고 숨어 있던 보병을 깔아버렸다. 나머지는 국민돌격대가 카빈 개머리판이나 팬저파우스트Panzerfaust로 두들겨 처리했다.
적군을 소탕하자 다시 수백 명의 민간인이 도로를 따라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뒤에는 여전히 포탄이 마구 떨어지고 있었다.
국민돌격대는 소년병을 투입한 히틀러유겐트와 더불어 세기말의 광기였습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소총도 없이 팬저파우스트 하나만 쥐어주고 소련군을 상대하게 내몰았습니다.
여성과 아이들이 전차가 깔려 죽을 것 같아서 포탄이 떨어지는데도 포속도를 내지 말라고 명령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밀치며 엄폐할 수 있는 곳이면 집과 가로수를 가리지 않고 몸을 숨겼다. 여전히 도로에 있던 사람들은 미친듯이 서쪽 방향으로 달렸다. 자연스럽게 전차 앞이 비워졌다.
이제 시속 20km로 속도를 높였다. 나는 돌조각 파편을 맞아가며 상체를 내놓은 상태였고 아직 전차에서 떨어지지 않은 몇 명의 동승자는 장비 후크나 그릴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이상태로만 가면 탈출은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킹타이거 한 대가 풀배기로 후진했다. 정지하고 포신을 수평으로 내린 후에 도로 너머의 뭔가에게 포격을 시작했다. 집에 가려서 목표물이 보이지 않았다.
적군이 우리를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우리를 풀었다 조이고 있었다. 좁은 도로에 밀려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딱 맞춰서 포격을 시작했다. 지금은 서쪽 탈출구를 틀어막아서 중전차가 외곽의 무언가와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포탄 한 발이 우리 전차 뒤에서 터졌고 파편이 동승자에게 날아들면서 비명이 터졌다. 이번에는 나도 등뒤에 심한 고통을 느끼고 차안으로 떨어져 들어갔다. 75mm 포미에 기댔는데 장전수가 상의를 벗기고 상처를 확인했다.
밖에서는 포탄 파편이 장갑판을 쉴 새없이 두들겼고 전차는 물위의 보트처럼 흔들거렸다. 고통때문에 밖의 민간인 생각은 잊혀졌다. 밖에서는 끊임없이 비명이 터졌고 그 사이에서 킹타이거의 포격음이 들렸다. 사람들이 전차 안으로 들어오려고 장갑을 두들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갑자기 열린 해치 위로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들이밀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포격이 다시 터지면서 사라져버렸다.
적군은 할베를 조직적으로 파괴하고 있었다. 한쪽 끝에서 반대편으로 매초마다 포탄이 떨어졌다. 장전수가 등뒤에서 두 번째 파편을 빼내고 항생제 가루를 뿌리자 신음소리가 나왔다. 고통이 심했지만 그래도 전차 안에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암페타민(합성 각성제) 알약을 삼키고 모르핀 주사를 맞았다. 팔다리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잠망경으로 밖을 보니, 전방의 킹타이거가 병사, 민간인, 차량에 쌓여서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큐벨바겐Kubelwagewn이 있었는데 서로 올라타겠다고 싸움을 벌였다. 주먹질을 하더니 한 명이 권총을 빼 들고 장교의 가슴을 쏘았다. 바로 그 순간에 킹타이거가 가속하다가 미끄러지며 큐벨바겐을 깔아 뭉갰고 죽은 자와 죽인 자 모두 육중한 트레드 밑에 사라졌다.
뒤따르던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큐벨바겐과 시신을 밟고 지나갔다.
모퉁이를 돌자 킹타이거가 상대하던 적이 보였다. 건물 사이에 숨어 있던 T-34 2대였다. 전면장갑에 구멍이 났고 해치에는 불타 죽은 시체가 걸쳐져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 매복일까? 아니면 앞으로 더 있을까?
주변에 다시 피난민과 병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도로보다는 엄폐물이 적었지만 왼쪽의 들판이 트여 있어서 넓게 퍼져 포탄을 피하고 있었다. 암페타민때문이었는지 온몸에 불이 붙어 뛰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무렇지 않았다. 수레를 끌던 말 두 마리는 불이 붙자 수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내동댕이치고 다른 사람들을 걷어차고 날뛰다가 다른 포탄에 산산조각 났다.
킹타이거가 양쪽의 적을 상대하느라 멈출 때마다 우리도 멈춰야 했다. 킹타이거 뒤에 타고 있던 SS대원들도 MP40과 중기관총으로 적에게 총탄을 퍼부었다.
무너지 건물 속에서 대전차탄이 연기를 뿜으며 날아오더니 킹타이거의 휠에 맞았다. 휠은 마치 동전처럼 튕겨 나갔고 킹타이거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SS대원들이 뛰어내리더니 적군에게 달려갔다. 숨어 있던 적군 10~12명이 뛰쳐나와 민간인을 마구 쏘았다. 어차피 살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독일인을 죽이려고 했다.
시가전에서는 보병이 적 보병의 대전차 공격을 막아주기 때문에 일부러 태우기도 했습니다.
내가 기관단총을 집고 해치 밖으로 나갈 때에는 이미 절반 정도가 총에 맞거나 두들겨 맞아 죽었고 나머지는 민간인 사이로 들어가 여성과 아이들을 죽이고 있었다. 판터에서 뛰어내렸는데도 몰핀덕분에 아프지 않았다.
날뛰는 적군 2명을 쏘아 죽였고 다른 아군도 나를 도와 나머지를 죽였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총질을 멈추지 않았다. 민간인이 몰려들어 시체의 음식이나 총을 뒤졌다.
적군의 포격은 시내 중심가에 집중되었는데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음 날 모습은 이렇지 않았을까요?
그런데도 수천 명이 포격을 뚫고 몰려들고 있었다. 인파 뒤의 중심가는 마치 지옥불처럼 타올랐고 포탄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터졌다. 아직도 거기에 있는 수천 명중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순간에 트럭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적재칸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모두 불이 붙은 상태였다. 엔진에서도 불길을 뿜고 있었다. 많은 사람을 마구 친 후에 멈췄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곧바로 불을 뿜으며 폭발했다.
도로 끝의 어두운 곳을 바라 보았다. 섬광이나 폭발이 전혀 없이 암흑뿐이었다. 운전병에게 도보 속도를 유지하라고 명령하고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애썼다. 킹타이거는 보이지 않았지만 카포의 판터의 배기가스가 어렴풋이 보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력을 다해 암흑으로 뛰어나갔다. 포수가 ‘이제 탈출한 것 같은데요’라고 인터폰으로 말했다. ‘앞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서쪽으로 나가는 도로같이 보입니다.’
아프기도 하고 의심쩍기도 해서 ‘음’ 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등을 만져보니 피로 젖어 있었다. 할베를 완전히 빠져나가면 의무병을 찾아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운전병이 ‘앞에 표지판이 있는데요? 완전히 빠져 나온 모양입니다. 뭐가 보이시나요?’라고 물었다. 술취한 것처럼 어질거리는 눈으로 어둠 속을 보니 표지판이 있었다. 나무에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의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모든 독일군은 우회전할 것’
댓글목록
|
작성일
|
|
여기서 뵙네요...
|
|
작성일
|
|
반갑습니다. 딜바다가 잘 될 수 있도록 몇 개 포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
작성일
|
|
정말...이런 글 비타민이 되는군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