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링크
본문
http://www.dealbada.com/bbs/board.php?bo_table=forum_golf&wr_id=98295
레슨편
http://www.dealbada.com/bbs/board.php?bo_table=forum_golf&wr_id=99263
자습편
http://www.dealbada.com/bbs/board.php?bo_table=forum_golf&wr_id=100246
조인(상)편
http://www.dealbada.com/bbs/board.php?bo_table=forum_golf&wr_id=591296
상편에서 계속....
‘아....그래 이거였어... 이거’
감격에 겨운 나는 온몸으로 그 기운을 받아드리고 싶었다. 그때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많이 늦었습니다.”
50대 중반쯤 보이는 풍채 좋은 남자분이 서둘러 내려오면 인사를 건넸다.
“아닙니다. 저희도 지금 내려왔어요. 시작하기 전에 오셔서 다행입니다.”
“아.. 차가 많이 밀리더라구요. 3시간이나 걸렸네요”
“3시간이요? 어디서 오셨는데요?”
“저요 허허허 서울에서 왔습니다.”
“예에???”
정말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딜바다 골포인으로의 본능으로 캐디백들을 훌터본다.
‘사모님..역시 젝시오..퍼터는 트리플트랙.. 사장님..v300에 심드라이버..퍼터는 스카티...음.. 드라이버 바꾸시진 얼마 안돼셨나보네.. 서울 사장님.... 이거 뭐지.... 처음보는 드라이버인데??.. 엄청 오래된 거 같은데.. 아이언은 미즈노.. 퍼터는... 머라 써있는 거여.... 분위기는 골프 입문때 얻은 그런 낡은 느낌?..’
아직 서먹한 분위기를 못 견뎌하는 나는 먼저 말을 걸어본다.
“저 두분은 부부신가봐요. 두 분이 내기 하신다네요”
“아 그럼 저는 사장님하고 친하게 지내야 겠네요. 허허허 잘부탁드립니다.”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이제 겨우 100개 안쪽 왔다 갔다 합니다.”
“젊은 쩍에 한 참 치다가 한 10년 쉬었어요. 다시 채 잡은 지 얼마 안됩니다. 제대로나 맞으련지...허허허”
깔끔하게 맞춰 입은 듯한 부부팀과 달리 서울 사장님은 장갑만 벗으면 집앞에 바람쐬러 나오는 듯한 수수한 복장이었다. 다만 눈에 걸리는 것은 바이저 옆 귀가에 꽂아둔 롱티였다.
‘오.. 티를 저기다고 꽂는구나... 멋있는데..’
앞팀의 마지막 티샷 주자가 몸을 풀고 있다.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스윙. 많이 굳어 있는 어깨. 행여 놓칠까봐 꼭 잡은 그립...
“오늘 머리 올리러 온 느낌인데..” 부부팀 사장님이 나지막히 혼자말을 한다.
붕~~~~~~~ ..................
“갈비대 나가~ 살살 쳐~ 힘 빼고... 공 끝까지 보고~~ 연습스윙 하고~~”
의욕적인 헛스윙에 멋쩍어 하는 그에게 사부인거 같은 동반자가 말을 전한다.
3번의 연습스윙..
‘저건 슬라이스..’
“뿌왁”
공은 이쪽부터 저쪽 끝까지가 페어웨이인 것을 표시라도 하듯이 힘차게 좌에서 우로 휘어진다.
“괜찮아 괜찮아. 언덕이라 안 죽었을 거 같어”
“나무 맞는 소리 났죠? 그럼 나올 수도 있겠네”
“야.. 그래도 거리는 멀리난다..장타자네..”
저쪽은 해저드라고 말을 하려던 캐디는 초보자에게 세례처럼 쏟아지는 희망고문 세트에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서둘러 카트에 오른다. 뒤를 이어 아마도 낮에 형님들 몰래 인도어에서 250 과녁을 찰지게 때렸던 티샷이 망가졌음에 머리가 복잡해 졌을 남자가 아쉬운 듯 카트에 올랐다. 그는 이때 까지만 해도 스크린 골프로 단련된 매서운 아이언 샷을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에서는 부끄러운 ‘더블 파’가 자연 그대로의 잔디에서는 얼마나 고마우며 동반자같은 것인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자~ 뽑으시죠~”
“아이고 첫 시작은 부담스러운데 허허허” 서울 사장님이 너스레를 떤다.
아디다스를 뽑은 나는 살짝 맘이 편해진다.
서울 사장님이 이름 모를 드라이버를 들어 연습스윙을 한다. 오.. 몸통스윙.. 부드럽다. 뒤에서 보니 아웃인으로 들어온다. 슬라이스가 날꺼 같은데....
“쭈~~왑!!!!!”
거침없는 작은 공은 마치 달에라도 닿을 듯이 하늘을 향해 쭈욱 뻗는다. 공이 달과 만나기를 기다렸다가 기다렸다는 듯 리액션이 터진다.
“구~~~~~웃 샷~~~~!!!”
“아이고 오잘공이 벌써 나오면 오늘 망했네요 허허허.”
시크하게 티를 뽑으면서 너스레를 떨며 말을 했지만 이건 고수의 엄살이라는 것은 그 한방으로 알수 있었다.
“어? 어디갔지? 사장님 먼저 치세요. 티가 어디갔지??”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부부 사장님이 주머니를 더듬으며 나에게 차례를 양보했다.
‘엇. 아직 준비를 안했는데..’
서둘러 티를 꽂고 연습스윙을 해본다. 아직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다시 2번 연습스윙.. 어드레스를 하고 공을 바라본다.. 심호흡을 한다... 아... 오른쪽 뒷꿈치가 살짝 파였다. 다시 꽂을까.. 오른쪽 어깨가 나온 것 같다. 그립을 다시 잡아본다. 잠깐 오른쪽 엄지가 샤프트를 넘겼던가? 아차차... 오른쪽 팔꿈치를 배에 붙여야지.. 응? 이거 골반이 오른쪽 보고 있는거 같은데? 오른쪽 손목 각은 유지하면서 빼야지.. 아.. 생각이 많다. 어드레스가 길면 망하는데...
이럴 때 빠졌다가 다시 서야지 라고 내려지는 뇌의 명령에 창피함인지 미안함인지 깡다구인지 모를 몸이 반응하지 않는다. 에잇~!
“뻥!”
손맛은 좋다 라고 느끼는 순간 공은 왼쪽 해저드를 향해 급히 방향을 바꾸었다. 내리막 티샷은 단점은 사라지는 내 공의 마지막을 하릴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블라인드 홀이었다면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볼텐데....
첫 홀인데 왜 하필 나였냐며 원망하듯이 시위하듯이 보란 듯이 하얗게 빛나며 그렇게 스릭슨 소프트필 1번 공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 하편으로 계속...
댓글목록
|
아니... 전 봤네요. 서울 사장님 몇타인지... |
|
글자수가 제한이 있는 거 같아서 얼른 하편으로 옮겼습니다. ^^ |
|
선추천 후정독 갑니다 |
|
와 ... 너무 재밌습니다
|
|
오늘 받은 장비가 말썽이라 기분 꿀꿀한 날인데 빙그레 웃으면서 잘 봤네요. 아니, 골프를 소재로도 이렇게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는거였네요. ㅎㅎ 넘나 잼납니당, 앞 글도 정독 했네요. 추천! |
|
역시 재미납니다. 그렇죠~ 산으로 가야 할 볼은 스릭슨 꺼여야 합니다. |
|
실례지만 직업이....작가맞으시죠?? |
|
너무 재미나네요... ㅎㅎ 깨알같은 공감 요소가 너무 많아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