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링크
본문
프롤로그 http://www.dealbada.com/bbs/board.php?bo_table=forum_golf&wr_id=98295
레슨편 http://www.dealbada.com/bbs/board.php?bo_table=forum_golf&wr_id=99263
자습편 http://www.dealbada.com/bbs/board.php?bo_table=forum_golf&wr_id=100246
다른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목요일 저녁이었다.
저녁 식사 후 노곤한 몸은 어서 침대로 가서 누우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억지로 하품을 참으며 핸드폰과 노트북에서 서로 만나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과 딸, 티비를 보고 있는 아내 사이에 어정쩡하게 떠다니는 나는 결국 그 어색함에 자리에서 일어나 점퍼를 꺼내 입고 싱크대에서 비닐 장갑을 꺼낸다.
"어? 아빠 어디 가세요?"
"어... 음쓰버리고 운동하고 오려고... 왜? 아빠가 뭐 도와줄까?"
"아니요~ 잘 다녀오세요"
흘끔 아내를 바라본다.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나가는 것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
"참! 아빠~ 엄마랑 우리 주말에 평택 큰 이모네 가기로 했어요~"
"어 그래? 아빠도 주말은 약속 없어서 괜찮아~"
"아. 언니네 형부가 주말에 없어서 가는 거라 당신도 가면 언니가 불편할 수도 있어. 당신은 같이 안 가도 돼"
안 가도 돼.. 안 가도 돼... 안 가도... 안.....가....도.... 돼.....
청량하기 그지없는 가을 저녁의 공기는 10월이라 그런 것인지 느닷없이 주어진 주말의 여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음쓰를 버리고 차에 탄 후 핸드폰 조인 어플을 서둘러 연다.
‘보자.. 10월...토요일... 시간대를.... 충청권으로... 오오.... 아.... 가격이....엇... 저녁시간대는 할 만 하다.....
문자를 얼른... 아니지... 침착해..... 예약했다가 주말에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었다고 하면 어째... 토요일 저녁에
올라간다면?? 일단 토요일까지 기다리자.. 언제 출발이지? 바보. 아까 물어봤어야지... 그럼 토요일 출발 후에
예약하자.. 아니지... 요즘 골프장 자리없다는데 조인 자리가 그때까지 남아있을지 모르잖아... 지금 일단 걸어놨다가 토요일에 취소할 수도 있지않나? 취소하면 수수료가 있을 거 아냐... 토요일에 라운딩도 못가고 취소 수수료만 물어내면.. 최악이다.. 진정하자. 진정해....후우~ 후우~ 후~~~~우~~~~..... ’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에 따뜻해진 머리를 식히려 창문을 내려 양껏 가을 밤바람을 콧속에 담는다. 잔디와 나무의 향기.. 구름 사이 빛나는 달과 까만 하늘을 가르는 아름다운 공의 궤적....
게다가 시간의 압박과 가족의 눈치가 닿지 않는 여유로움이라니.. 생각만 해도 들뜨는 마음을 숨기려 애먼 엑셀을 심술궂게 밟아 연습장으로 향했다.
금요일 오후 점심시간 즈음에 아내에게 카톡을 보낸다.
”내일 언니에게 갈 때 가져가게 퇴근할 때 뭐 좀 사갈까? 과일?”
”아니야. 내일 아침에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저녁에 애들 먹을 멀미약 좀 사다줘“
”어. 그래. 알겠어“
‘됐다. 확정이다. 내일 취소되면 그것은 내 운이 없는거다.’
어금니를 지긋이 깨물고 결심한 후 어제 봐놨던 조인어플을 다시 연다.
아직 남은 조인 시간대를 골라 매니저에게 문자를 보낸다.
‘18:32분 남자 1명 조인 가능할까요?’
고민한 시간에 비해 조인은 너무 싱겁게 이루어졌다.
‘좋았어!! 얼마만의 라운딩이냐!!!!’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혹시 빠진 짐은 없는지 꼼꼼히 챙겨주며 현관문을 나가는 가족들 등 뒤로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말을 전한다. 이번에 못 가서 너무 아쉽다는 말이 닫히는 문 밖으로 들리도록 크게 말한 것은 분명 기분 탓이다.
사랑하는 딸에게서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도착한 것은 1시간이 좀 지난 시간이었다. 이제야 긴장이 풀린 듯한 나는 아침 겸 점심으로 따뜻한 믹스 커피가 든 머그잔을 들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후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기로 돌린 후 세탁기에 남아있던 세탁물까지 돌리면서 잠시 나마 집안일에 일조했다는 푸듯함과 그에 대한 조그만 보상으로 본인에게 선물한 라운딩이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스톤 백을 챙겼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시계를 보니 아직 티샷 시간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남았다.
‘시간이 애매하네.. 골프장까지는 1시간이면 가는데... 연습장 들려 가기는 빠듯하고...’
자리에 앉아 리모콘을 들려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잠시라도 더 머물면 결심이 다시 바뀔 것 같아 바로 짐을 챙겨 차로 향한다.
너무 급하지 않게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길 생각으로 출발한 후에 석양이 내려앉는 가을의 맑은 하늘과 아직 추수가 끝나지 않은 노란 벼들의 풍경을 두 눈에 담으며 찰나로 지나가는 이 가을의 아름다움을 TV 프로그램과 바꾸지 않은 탁월한 결정에 스스로를 칭찬하며 때마침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자 누가 보란 듯이 맘껏 목청 높였다.
”먼지가~~ 되어~ 나아라가~~~야지~~~히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뤄~~~~~”
청주 그랜드 C.C
골프를 접하고 머리를 올린 후 2번째로 친구들과 방문했던 구장이었고 그 가을 날씨와 풍경을 즐길 여유가 없었던 그시절 110돌이는 그 푹신한 잔디보다는 친절히 산 중턱과 해저드,오비티로 실어다 주는 카트가 더 친근했던 날을 떠올랐다.
아직 시간이 여유로웠기에 욕실로 입장한 후 뜨거운 샤워기 아래 몸을 데우면서 소심한 스트레칭을 해보던 중 건너편 샤워기 아래 골반 턴을 연습하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지만 나도 너도 이해한다는 수줍은 눈빛을 주고 받으며 아직 비어있는 곳을 찾아 마저 비누칠을 했다.
살짝 더운 몸과 초가을 저녁 밤 공기는 마치 딱 맞는 온도의 아메리카노를 떠올리게 했고 동반자들에 줄 캔 커피라도 준비할까 하는 사이 내 백이 실린 카트를 보고 다가가자 그 옆에는 50대 초반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분과 40후반 쯤 되어보이는 여자분이 대화중이었다.
“오빠야. 오늘도 내기할 건가?”
“핸디 5개 주고 20만원 어때?”
“핸디 5개??”
“000님 맞으시죠? 처음뵙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아~ 저희도 잘부탁드립니다.”
“아직 한 분은 안오셨나보네요?”
그때 카트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직 앳된 여자캐디분이 말을 받았다.
“한 분은 지금 오고 계시데요. 먼저 출발하라고 하셨답니다.”
부부(?)팀과 각자가 조인한 팀이었기에 살짝 뻘쭘해진 나는 핸디를 조정하는 부부팀에서 살짝 떨어져 앞팀 티샷을 구경하러 첫 홀로 걸어 내려가자 첫 번째 홀이 눈앞에 펼쳐졌다.
탁 트인 전망과 환하게 비쳐주는 LED 조명아래
‘어지간한 슬라이스는 받아줄게’ 라며 수줍게 귓속말을 하는 듯한 오른쪽 언덕과는 달리 차가운 달빛이 그대로 비칠 것 같은 잔잔한 해저드는 ‘훅으로라도 이 잔잔함을 어지럽히지 말아주세요. 저를 허락한 것은 달빛과 바람, 그리면 몇 마리의 오리 뿐이에요’ 라는 듯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
댓글목록
|
키엘85324317님의 댓글 키엘85324317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작성일
아니 소설은 출판을 하셔야지요
|
|
글 올리고 자고 있어났더니 글이 반밖에 안올라 가서 가슴이 쓰립니다. ㅠㅠ |
|
아니 도대체 뭐하는 분이시길래... 필력이
|
|
그냥 월급쟁이인데요...(쭈굴) |
|
필력이 ㅎㄷㄷ |
|
감사합니다. 뒷편은 가서 보시죠. |
|
소설가이신가봐요
|
|
아닙니다. 월급쟁이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크흡 |
|
감정이입되며...꿀잼...계속해주세요 ㅎ |
|
유부시군요. |
|
ㅎㅎㅎ 재미납니다아~~ 추천 |
|
감사합니다~~ |
|
다음편 기다립니다. ㅎㅎ |
|
원래 완결편인데 글자수 제한이 있었나봅니다. 퇴근해서 마무리 다시.. |
|
재밌어요 ㅎㅎ |
|
감사합니다. |
|
아오~ 언제 완결판 나오나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욧. |
|
저도 현기증 납니다. |
|
다음편 올려주세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ㅠㅠ |
|
퇴근해서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
|
완결까지 절대 읽지 않을꺼야 !!! |
|
그렇죠. 글은 호흡인데 말이죠. |
|
아니 이거 왜 반밖에 안올라갔지요???
|
|
우와 필력이 장난 아니시네요;; 중간 중간 제 얘기를 써놓으셔서 ㅎㅎ 깜짝깜짝 놀라며 읽고 있습니다 ㅎㅎ |
|
유부남들은 다 비슷하시죠 ㅎㅎ |
|
고향이 평택이고 대전에 살고 있어서 더욱 실감나게 읽었습니다.
|
|
저도 대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기회 되시면 ^^ |
|
오...거의 초사이언 급이십니다
|
|
고수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
다음 편 바로 연재 부탁드립니다.^^ |
|
노력해보겠습니다. 자녀가 3명이신가봐요. ㄷ ㄷ ㄷ |
|
영화 기생충 보면서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힘들게 사는 이웃의 모습을 보고 맘 아팠는데,
|
|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는 허술할겁니다. ㅎㅎㅎ |
|
아으 대박입니다.
|
|
감사합니다 |
|
아 진짜 대박입니다. 자식 마누라 딸린 골프인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주시네요 ^^ |
|
함께 토닥토닥 입니다. |
|
필력이 부럽습니다..
|
|
크어... 저는 혼자 사는 독거로인이라
|
|
와 골포에 능력자분들이 많으신건 알았지만 정말 대단한
|
|
도도한 자태....도도한 자태....
|
|
' 당신은 안 가도 돼' 돼돼돼돼돼
|
|
키야~~ 글쓰시는 재주가 좋으십니다 몰입갑 최고네요 ㅎㅎ후속편 빨리올려주세요 멀미난단 말이에요 |
|
자주 등장하는 음쓰에 극 공감하고 갑니다.
|
|
아..현기증난단말이에요. |
|
마침 오늘 수도권 지나 경부와 중부 고속도로로 청주 스쳐 지나왔습니다. 꼭 한번 충북 골프장 가보고 싶은디요. ㅋㅋ |
|
잘봤습니다. ^^ |
|
아~ 잘보고있습니다+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