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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소설(이지만 논픽션)- 직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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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j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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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9-05 23:09:27 조회: 1,660  /  추천: 29  /  반대: 0  /  댓글: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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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뭐라고 말을 했지만 티비속 로리맥길로이의 스윙을 보느냐고 못들었다.
어후~ 저 스윙 장난없네...
"신랑~ 어쩔까?"
"응?? 뭐? 아.. 그대 편한데로 하시요~"
"뭔 소리야? 딸 가방 바꿔줘야 할꺼 같다니까... 너무 무거운가 애가 힘들어하네.."
"아~ 가방... 하나 사줘~ 예쁜걸로!!"
"안그래도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네. 애는 카파꺼가 예쁘다던데 10만2천원이나 하네... 흐음..."
"10만2천원??? 뭔 초딩 가방이 가격이 그러냐?? 그냥 저렴이 사서 매년 바꿔주면 안되나?"
"성장기 애들한테는 편한거 사줘야지. 신랑 생각은 어때? 이거 사줄까?"
"좀 더 찾아보지 뭐. 카파는 이제 좀 숨 죽는 브랜드 아녀?"
"그럴까... 주말에 시내에 나가봐야겠네..."

시원하게 지르라 말못하고 마무리 짓는게 맘이 짠하다. 이번 여름 휴가 후유증으로 타격이 클것으로 예상되는 바 아쉽지만 발품을 좀더 파는게 현명한 선택일 거라고 애써 나를 달래본다.
그새 잠들었는지 아내와 아이의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린다. 어두운 거실 구석에서 조용히 티비를 켜고 리모콘 볼륨버튼을 연타한다. 화면이 나오기 전에 볼륨을 '0'으로 내리고 나서 냉장고에서 맥주 한캔을 가져와 조용히 캔을 딴다.
"빠각!" 신경질적인 오프닝.
마른 목으로 시원한 따끔거림을 느끼며 티비 채널을 옮긴다. 이시간대에는 늘 레슨 프로그램뿐이다. 레슨 내용은 귀에 잘 들리지 않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시범스윙시에 찰진 임팩트 소리는 리모콘 볼륨을 다시 조정하게 한다.
'올... 풋조이에서도 옷이 나오네...'
'역시 cf는 타이틀이 잘 뽑네..'

티비는 혼자서 열일 하고 있으나 어느덧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다. 왼손 엄지가 닿기 제일 편한 그곳에 위치한 어플
'딜. 바. 다'

어제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스펜들러님의 직구 사이트 정리글이 공지로 자리잡았다.
'역시~. 운영자님 열일하시는 구만. 추천을 더 드렸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고민들, 시타기, 가입인사글들을 쭈욱 읽으면서 내려온다. 어제 오늘 사무실이 바쁜탓에 출장을 나가지 못한 읽지 못한 글이 꽤나 있다.
"어?"
'ecco 공홈 세일하네요'
내눈에는 네온 led처럼 반짝이는 제목.
불나방처럼 따라가는 엄지손가락.
링크를 타고 새창에 에코공홈이 열리자..
빨간색 커튼같은 리본위에 자수처럼 쓰여있는 환영문자.
'Sale 40%'
(번역 : 어서와 오래 기다렸지~)
"억 뭐냐!! 이거!! 바이오옴 모델이 있나? 있어도 비싸겠.. 엇! 105$? 사이즈가 없겠... 엇! 아직 있네? "
두근대는 심장. 가빠지는 호흡....
하지만, 아직 이성의 끈은 끊어지지 않았다.
'가만 있어봐. 공홈이 이렇게 세일 하는거면 국내가도 많이 내려갔을꺼 아니... 25만원? 최저가는? 21만원? 사이즈는? 없어!!!!'
'툭'
극세사 만큼의 굵기를 가진 이성이라는 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머릿속에 들리자 마자 파도처럼 나를 휘감는 환청들..
'질러라.. 니가 언제.. 고민은. ..있어서 .. 늦출뿐.. 배송을.. 질렀더냐... 허락... 쉽다... 용서.. 이번 아니면... 등짝... 내년.. 블랙 프라이...잊었냐... 골포정신...공지글.. 개미지옥... 다 죽자는 거죠......'

환청이 거의 들리지 않을 즘....
내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한 줄.
'배송대행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숨을 쉬셔도 됩니다. 고생하셨어요. )'

'후우~~~~~~ 후우~~~~'
막혀있던 숨통이 트인다. 요동치던 심장이 안정을 찾고 긴장하고 있던 근육들이 나른해진다.
'훗... 오랜만이군 이느낌...'
머리속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몸이 반응하는 이 쾌감은 짜릿하지만 죄스럽고 강렬하지만 떳떳하지 못하다..... 이런 저런 핑계거리를 찾아보지만 딱 하나 확실하고 변함없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라는 것.

티비를 끄고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고 더듬더듬 딸 아이의 옆자리로 누워 곤히 자고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좋은 행기가 난다. 이마에 입을 맞춘다. 낯선이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용서를 비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마치 고해성사와 같이..
'잘했어... 얼마나 싸게 산거야.. 거의 반값이잖아. 최근에 너무 참았지.. 싸이즈는 크려나... 내일 골포 형님들에게 물어봐야지... 공지글에 언더아머 사이트도 있던데... 아참... 오더번호는 어쩌지? 메일로 오겠지?... 갈색으로 주문할껄 그랬나? 아니지 흰색으로 한 건 잘한거야... ...'
잠들기전까지 긴 자문자답은 계속 되었고, 그렇게 그가 고민했던 딸아이 가방의 대화가 생각난 것은 그 주 토요일이 되서야 였다...

추천 29 반대 0

댓글목록

필력이 좋으십니다 ^^
리얼하네요!
연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2 0

필력은 미천합니다 ㅎㅎㅎ
논픽션이라 리얼하실수도 ㅎㅎㅎ
같은 제목으로 올린 글이 있는데 제목으로는 검색이 안되네요 ㅠㅠ

    0 0

우어어어어어 이게 얼마만의 수필이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짱짱 입니다 ^^

    1 0

항상 잘봐주시는 두끄님 고맙습니다.
필드를 잘 안가니 에피소드가 없어서는 개뿔 게을러서 그럽니다. ㅎㅎㅎ

    0 0




흐미..딸아이 가방은..고작..10만..원...언저리....그런데 에코를....ㅋㅋㅋㅋ
참고로 공지글은 운영참여게시글에 남겨야 불가리스님이 공지글로 달아주십니다..
수동모드라는..ㅋㅋㅋ

    2 0

아... 역시 수동이었군요.
댓글에 공지로 많이 달면 공지가는줄 ㅎㅎㅎ
10만원대 가방을 그가격에 사는 것은 아까운데 20만원대 신발을 10만원대 사는 것은 이득같은 직구의 오묘함.

    1 0

글솜씨가 정말 좋으시네요.
마치 제가 직접 격었던 일 같이 생생한 묘사에... 정말 대박이시네요.
다음 글은 언젠가요? ^^

    1 0

뒹굴데다가 번쩍 하면.... ㅎㅎㅎ
잊어 계시면 어느날 SSG.

    0 0

아...현기증 난단말이에요. 다음편은...얼마 결제하면 됩니꽈??!!!

혼자 버스에서 피식피식 웃으며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느꼈습니닷!!!

지르면, 그 쾌감 느껴지죠.







즘!!!

    2 0

다음날 언더아머에 들려 미안한 마음에 아내 조공용 옷을 샀는데 클릭이 잘못된 건지 제 것도 포함되었네요....
ㅋㅋㅋㅋ

    1 0

드릴껀 추천 뿐 ㄷㄷㄷ

    1 0

그 추천 감사히 받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0 0

형님.. 글 솜씨는.. 아주 그냥 죽여줘요~~^^
조만간 스클 한게임 하시지요.. 신발도 보여주시고~~

    1 0

아직 배송시작도 안해서 완쾌후 볼 수 있으실듯...
신발샀는데 어제 지나가던 친구가 스파이크 신발 하나 주고 간 것은 안비밀. ㅎㅎㅎ

    0 0

소설가시네요....다음편 기다려 집니다

    1 0

과찬이십니다 ㅎㅎㅎ

    0 0

아~
왼손엄지가 가장 빠르게 닿을수 있는 아이콘 위치에 딜.바.다. 가 있습니다. 아내가 이거 안지울꺼냐고 성화 입니다^^

    1 0

생활의 일부분을 지울수가 있나요.
회사컴터가 외부망이 안되서 그렇지 외부망되면 항시 모니터에 띄어 놓고 싶습니다.

    0 0

염상섭 선생님 지름엔 추천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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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선생님이 누구신가 했더니...
'표본실의 청개구리','삼대' 작가 선생님이군요 ㄷ ㄷ ㄷ
읽어본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ㅡ,.ㅡa
요즘 너무 순수문학을 멀리했어요.  흑

    0 0

잘봤습니다. 가방 좋은거 사주셨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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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쳐스 9만원대로 잘 막았습니다.
마음의 짐이 좀 덜어지네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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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선생님
민초들의 마음을 어찌 이리 잘풀어내십니까.

저도 정신차려보니 에코 G2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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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엑~~ 너무 대작가님 이시잖아요.
동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0 0

다음편 연재를 두손모으고 기다려봅니다.

    1 0

잊을때쯤 SSG. 고맙습니다. ^^

    0 0

사람사는건 다 똑ㄱ....
아니 유부남 사는건 다 똑같군요 ㅠ
리모컨 볼륨 다다닫 맥주한켄 열일하는 티비와 손안에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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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저만 그런게 아니라니까요 ㅎㅎ

    0 0

우아~~ 필력이 엄청나십니다. 한글자 한글자가 다 살아 있군요..

    1 0

좋게 봐주셔서 그렇지요뭐. 고맙습니다 ^^

    0 0

저도 요번 달에는 직구한 품목이 에코 뿐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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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참을수 없는 가격이었어요. 
내년부터는 달력에 노동절 빨간펜으로 표시해놔야 겠습니다.  국경일 하나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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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가슴 졸이고 다 읽었네요. 왠지 모를 동질감에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평소 운동화(아디다스) 275 신는 남자면, 에코는 사이즈를 얼마정도로 보면 될까요?
아직 직구 마음만 있지 한번도 시도를 못했는데 조만간 시도를 해봐야겠네요.

    1 0

에코 23(us 9/9.5)가 한국발로 275-280 쯤 된다고 하시네요. 저도 23 주문했는데 저는 270이라 변경하려 하니 변경이 안된다고 해서 긴장 타고 있습니다.

    0 0

너무 잘쓰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저도 에코 세일에 맞춰서 신발을 산 사람으로 너무나 공감가는 글입니다
좋은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2 0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0 0

오랫만에 글이 연재되었군요!!!
이걸보고 차마 결제버튼을 못눌렀던 그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해봅니다 ㅎㅎㅎ
아직 사이즈가 살아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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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변경차 알아보니 40% 세일코드는 안먹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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