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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 저 스윙 장난없네...
"신랑~ 어쩔까?"
"응?? 뭐? 아.. 그대 편한데로 하시요~"
"뭔 소리야? 딸 가방 바꿔줘야 할꺼 같다니까... 너무 무거운가 애가 힘들어하네.."
"아~ 가방... 하나 사줘~ 예쁜걸로!!"
"안그래도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네. 애는 카파꺼가 예쁘다던데 10만2천원이나 하네... 흐음..."
"10만2천원??? 뭔 초딩 가방이 가격이 그러냐?? 그냥 저렴이 사서 매년 바꿔주면 안되나?"
"성장기 애들한테는 편한거 사줘야지. 신랑 생각은 어때? 이거 사줄까?"
"좀 더 찾아보지 뭐. 카파는 이제 좀 숨 죽는 브랜드 아녀?"
"그럴까... 주말에 시내에 나가봐야겠네..."
시원하게 지르라 말못하고 마무리 짓는게 맘이 짠하다. 이번 여름 휴가 후유증으로 타격이 클것으로 예상되는 바 아쉽지만 발품을 좀더 파는게 현명한 선택일 거라고 애써 나를 달래본다.
그새 잠들었는지 아내와 아이의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린다. 어두운 거실 구석에서 조용히 티비를 켜고 리모콘 볼륨버튼을 연타한다. 화면이 나오기 전에 볼륨을 '0'으로 내리고 나서 냉장고에서 맥주 한캔을 가져와 조용히 캔을 딴다.
"빠각!" 신경질적인 오프닝.
마른 목으로 시원한 따끔거림을 느끼며 티비 채널을 옮긴다. 이시간대에는 늘 레슨 프로그램뿐이다. 레슨 내용은 귀에 잘 들리지 않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시범스윙시에 찰진 임팩트 소리는 리모콘 볼륨을 다시 조정하게 한다.
'올... 풋조이에서도 옷이 나오네...'
'역시 cf는 타이틀이 잘 뽑네..'
티비는 혼자서 열일 하고 있으나 어느덧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다. 왼손 엄지가 닿기 제일 편한 그곳에 위치한 어플
'딜. 바. 다'
어제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스펜들러님의 직구 사이트 정리글이 공지로 자리잡았다.
'역시~. 운영자님 열일하시는 구만. 추천을 더 드렸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고민들, 시타기, 가입인사글들을 쭈욱 읽으면서 내려온다. 어제 오늘 사무실이 바쁜탓에 출장을 나가지 못한 읽지 못한 글이 꽤나 있다.
"어?"
'ecco 공홈 세일하네요'
내눈에는 네온 led처럼 반짝이는 제목.
불나방처럼 따라가는 엄지손가락.
링크를 타고 새창에 에코공홈이 열리자..
빨간색 커튼같은 리본위에 자수처럼 쓰여있는 환영문자.
'Sale 40%'
(번역 : 어서와 오래 기다렸지~)
"억 뭐냐!! 이거!! 바이오옴 모델이 있나? 있어도 비싸겠.. 엇! 105$? 사이즈가 없겠... 엇! 아직 있네? "
두근대는 심장. 가빠지는 호흡....
하지만, 아직 이성의 끈은 끊어지지 않았다.
'가만 있어봐. 공홈이 이렇게 세일 하는거면 국내가도 많이 내려갔을꺼 아니... 25만원? 최저가는? 21만원? 사이즈는? 없어!!!!'
'툭'
극세사 만큼의 굵기를 가진 이성이라는 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머릿속에 들리자 마자 파도처럼 나를 휘감는 환청들..
'질러라.. 니가 언제.. 고민은. ..있어서 .. 늦출뿐.. 배송을.. 질렀더냐... 허락... 쉽다... 용서.. 이번 아니면... 등짝... 내년.. 블랙 프라이...잊었냐... 골포정신...공지글.. 개미지옥... 다 죽자는 거죠......'
환청이 거의 들리지 않을 즘....
내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한 줄.
'배송대행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숨을 쉬셔도 됩니다. 고생하셨어요. )'
'후우~~~~~~ 후우~~~~'
막혀있던 숨통이 트인다. 요동치던 심장이 안정을 찾고 긴장하고 있던 근육들이 나른해진다.
'훗... 오랜만이군 이느낌...'
머리속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몸이 반응하는 이 쾌감은 짜릿하지만 죄스럽고 강렬하지만 떳떳하지 못하다..... 이런 저런 핑계거리를 찾아보지만 딱 하나 확실하고 변함없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라는 것.
티비를 끄고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고 더듬더듬 딸 아이의 옆자리로 누워 곤히 자고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좋은 행기가 난다. 이마에 입을 맞춘다. 낯선이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용서를 비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마치 고해성사와 같이..
'잘했어... 얼마나 싸게 산거야.. 거의 반값이잖아. 최근에 너무 참았지.. 싸이즈는 크려나... 내일 골포 형님들에게 물어봐야지... 공지글에 언더아머 사이트도 있던데... 아참... 오더번호는 어쩌지? 메일로 오겠지?... 갈색으로 주문할껄 그랬나? 아니지 흰색으로 한 건 잘한거야... ...'
잠들기전까지 긴 자문자답은 계속 되었고, 그렇게 그가 고민했던 딸아이 가방의 대화가 생각난 것은 그 주 토요일이 되서야 였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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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99556006님의 댓글 비공개99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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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필력이 좋으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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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은 미천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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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어어어어 이게 얼마만의 수필이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짱짱 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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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잘봐주시는 두끄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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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 수동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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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가 정말 좋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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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굴데다가 번쩍 하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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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기증 난단말이에요. 다음편은...얼마 결제하면 됩니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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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언더아머에 들려 미안한 마음에 아내 조공용 옷을 샀는데 클릭이 잘못된 건지 제 것도 포함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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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껀 추천 뿐 ㄷㄷ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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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천 감사히 받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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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글 솜씨는.. 아주 그냥 죽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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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배송시작도 안해서 완쾌후 볼 수 있으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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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시네요....다음편 기다려 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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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십니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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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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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일부분을 지울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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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선생님 지름엔 추천입니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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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선생님이 누구신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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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가방 좋은거 사주셨죠?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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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쳐스 9만원대로 잘 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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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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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엑~~ 너무 대작가님 이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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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연재를 두손모으고 기다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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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때쯤 SSG.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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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건 다 똑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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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저만 그런게 아니라니까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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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아빠408592님의 댓글 도연아빠40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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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우아~~ 필력이 엄청나십니다. 한글자 한글자가 다 살아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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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서 그렇지요뭐.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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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요번 달에는 직구한 품목이 에코 뿐입니다.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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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참을수 없는 가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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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가슴 졸이고 다 읽었네요. 왠지 모를 동질감에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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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23(us 9/9.5)가 한국발로 275-280 쯤 된다고 하시네요. 저도 23 주문했는데 저는 270이라 변경하려 하니 변경이 안된다고 해서 긴장 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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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쓰셨네요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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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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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글이 연재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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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변경차 알아보니 40% 세일코드는 안먹네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