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소설(이지만 논픽션) - 자습편 > 골프포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Sign in with googleSign in with kakao
자동로그인

골프소설(이지만 논픽션) - 자습편
일반 |
ujison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작성일: 2017-03-14 00:30:54 조회: 2,175  /  추천: 20  /  반대: 0  /  댓글: 30 ]

본문

프롤로그 http://www.dealbada.com/bbs/board.php?bo_table=forum_golf&wr_id=98295

레슨편 http://www.dealbada.com/bbs/board.php?bo_table=forum_golf&wr_id=99263

 

시간은 22시 30분...

인도어연습장에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 껌껌한 거실의 불의 켜려다 행여 아이들과 아내가 깰까 TV리모컨을 더듬거리며 찾아 전원을 켠다. 전원버튼을 누르고 아직 화면이 밝아지지도 않았지만 리모콘을 쥔 손의 엄지는 빠르게 움직인다. 볼륨숫자가 2가 되서야 비로소 탁자위에 놓이는 리모콘.

 잠들기 전까지 아빠를 기다리던 막내녀석이 졸린 눈을 비비며 마지막까지 보았을 티비에는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년들이 갖가지 상상의 동물들이 튀어 나오는 팽이를 가지고 배틀중이다. 

"아... 저게 그 팽이구나.."

푸른 용을 품어내며 상대방의 팽이를 박살내는 저 팽이는 저번 주말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만근추 신공을 펼치며 움직이지 않는 막내를 달래느냐고 한참을 애를 먹었던 터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고작 팽이 따위가 2만원씩이나 하다니...... 2만원이면 인도어 연습장이 2번이다. 아무도 모르게 스윽 연습해서 다른 누구보다 빠른 성장을 하고 싶다. ​ 레슨패키지는 하루에 한시간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의 눈을 피해 더 연습하려면 용돈을 아껴놔야 한다. ​미안하다 아들.. 어린이날 사줄께....훗..

 

 

더운 물로 샤워를 해서 일까  목이 마르다. 냉장고를 여니 다행이 맥주 한 캔이 남아있다. 

"꽈지직~"

모두 잠든 이 시간은 작은 소리도 흠칫 놀라게 한다. 조심히 마저 남은 부분을 당긴다.

두 모금 정도로 목을 따갑게 적시고 자연스럽게 골프채널로 화면을 돌린다.  평일 이시간대에는 늘 레슨프로그램뿐이지..... 모든 세팅이 완료되자 집으로 오는 길에 풀지 못한 숙제가 다시 생각났다.

 

어제 연습장 프로가 손을 투욱~ 떨구는 방법을 연습해 보라 하였고, 그 연습으로 부드러운 타감을 꽤나 맛보았다. 허나,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오늘 설레는 맘으로 달려간 연습장에서 얻은 것은 뒷땅에 뒷땅에 뒷땅이었다. 결국 100여개를 치고 나서는 폭주모드로 달려버렸고 떨어진 굳은 살만큼이나 속이 쓰린 저녁이 되어버렸다. 흠뻑 젖은 등짝으로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에는 '그립을 잘못잡았나??  고개가 따라갔나?? 어깨가 안돌아갔나?? 손에 힘을 줬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질문의 답을 찾으려 했다.

 

".... 왜 안 맞는거지....."

 

그 때였다. 

"많은 아마추어 분들이 뒤땅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데요.. 흔히 하는 실수가 팔을 투욱 떨어뜨리는 느낌으로 치려고 하려다가 체중이동을..."

들고있던 맥주캔을 놓칠 뻔 했다. 마치 내 마음속의 고민을 들은 듯이 티비속 장재식프로는 나를 바라보며 나를 위한 레슨을 시작했다.

"자~ 보세요. 팔을 떨어뜨린다고 하시지만....잘쳐야지 하고 다리를 힘을 딱 주시고 상체를 가지고 치신다는 거에요. 하체를 자연스럽게 하고 치시면요....(쫙) 잘 맞는데   나는 공을 끝까지 봐야지.. 하고 하체를 안쓰고 상체로만 치시면은 거리도 안나요 뒷땅도 나고..그런다는 거에요. 아시겠죠?  손에 힘을 빼시는 건 좋아요. 좋은데요 어깨가 돌았어요. 돌았죠 ? 여기서 하체를 안쓰시고 손을 떨어뜨리면요... 여기에 떨어지게 되어있어요.. 여기요..공보다 한참 뒤에 떨어져요... 뒷땅나시는 분은요 공을 임팩트를 잘해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피니쉬까지 한 번에 간다 는 생각으로 연습을 하셔야 해요.. 아시겠죠.....그리고....."

 

유레카... 저거였구나. 저거였어.. 심장이 벌렁거린다. 오늘 나의 머리속에는 떨어지는 팔만 있었지 하체는 1그람도 들어 있지 않았었는데 저거였구나... 가만 있을수가 없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어드레스를 취하고 빈 스윙을 해본다. 그래. 오늘 연습장에서는 피니쉬를 한 기억이 없다. 피니쉬까지... 피니쉬까지.... 빈손으로 하려니 맛이 안난다. 얼른 욕실로 달려가 수건을 가져와 한 끝을 묶는다. 피니쉬까지 피니쉬까지.... 아.. 수건은 너무 가볍다... 맞다. 베란다에 노는 웨지가 있었지.  베란다 창을 여니 차가운 바람이 후욱들어온다.  하필 오늘 베란다 청소를 했는지 바로 앞에 두었던 웨지가 보이질 않는다. 저 구석 쌓여있는 캠핑장비속에 묻혀 있을 것이 분명하다. 베란다의 타일은 맨 발로 서있기에는 아직 춥지만 실내 슬리퍼를 신고 다시 올 만큼의 여유는 없다.. "찾았다. 웨지"

확실히 수건보다는 느낌이 좋다. 어드레스를 하고 하프 스윙을 해본다. 좋아..헤드무게가 느껴진다.. 천천히 백스윙을 하고 피니쉬까지 한번에~ 

"쿵!!!!!.................................................."

 

 

 

미동도 못하고 안방의 기척을 살핀다. 

 

 

"............................................................."

 

 

 

그사이 거실바닥에 뿌리라도 내린 듯한 발바닥을 떼어본다. 발바닥을 뗀 것이 먼저인지 멈추었던 숨이 터진 것이 먼저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안방의 기척을 살핀다.

 

 

"....................................................."

 

 

놀란 가슴을 쓸어내며 천장을 바라본다. 10센치만 더 갔으면 천장등이 박살났을 것이다. 깨진 유리에 다치지 않은 것보다 아빠 언제오냐며 칭얼대는 아이를 재우느냐 한껏 짜증이 났을 아내가 그 소리에 놀라 뛰쳐나왔을때 보이게 되는 내모습을 들키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츄리닝 바지에 윗통은 벗고 맥주는 마셔 벌거진 얼굴에 목에는 수건을 걸고 밤 11시에 골프채를 들고 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설명할 수 없다.

의자에 주저앉아 남은 맥주를 목에 넘긴다. 거실창에 비친 내 모습은 가관이다. 그러고 보니 거실커텐도 열어둔 상태. 저 건너동 아파트에서 작정하고 바라본다면 참 볼만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헛웃음이 나온다.

"정신나갔네.. 정신나갔어...ㅎㅎ"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머쓱해진 나는 조용히 거실커튼을 닫는다. 천정에 웨지가 남긴 디봇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행여 소리가 날까 조용히 의자를 놓고 올라가 물티슈로 지운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깨끗이 지워놓아야지. 혹시 살인현장의 흔적을 지우는 자의 마음도 이와 같을까... 못하는 술을 마셨더니 별 생각이 다든다. 아.. 웨지도 치워놓아야지. 꺼내지 않았던 것처럼.. 원래있던 자리에... 베란다 구석에...  춥다.. 아까도 이렇게 추웠던가..

 

티비를 아까의 만화 채널로 돌려놓고서 전원을 끈다.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아이옆에 조용히 누워 이불을 덮어주고 나도 잘 준비를 하며 스스로에게 한 줄 평을 한다...

"......미친놈........"

 

 

 

====================================================================================================

사실 오늘 글과 비슷한 내용을 뽐뿌였나 어디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사무실 감사기간이라 그 글 복사해서 넘어가려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요.  그 글이 더 절절했었을 것인디.... 아쉽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 고맙습니다. ^^ 

 

 

 

 


추천 20 반대 0

댓글목록

뽐*에 없던데요? 대체 어디다 올리신겁니까? 응? 제가 골프관련 사이트를 싹 다 뒤지고 오겠습니다 ㅎㅎㅎㅎ  잘 봤습니다. 아 잼나요 ㅎㅎㅎ

    1 0

안주무십니까? ㄷ ㄷ ㄷ
저도 약올라서 찾아보니
볼포에 올렸더라구요 -,.-
'어제밤 이야기' 라고 검색해 보시면 당시 생생했던 상황이 ㅎㅎㅎ
찾다보니 두끄님 8자 기원 댓글로 니트로 볼 분양인증글도 있습니다.
올해는 필드에서 니트로볼좀 날려봐야 할텐데 말이죠 ㅠㅠ

    1 0

골퍼집엔 하나씩은 다 있다는 천정 디봇자국...ㅋㅋㅋㅋ

    1 0

하나씩은 다들 ㅎㅎㅎ

    0 0

ㅋㅋㅋ 저희집은 저희 아버지께서 천장등 세번 깨셨다는... ㅋㅋㅋ

    1 0

어익후... 80대 가셨겠네요

    0 0


이건 마치 무협지를 보는듯 생생하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 0

고맙습니다 ^^

    0 0

우와 역시 살아있는 내용입니다^^ ㅎㅎ

    1 0

경험해 보셨으니 공감하시는 거 겠죠? ^^

    0 0

아놔 이보다 공감가는 글이라니 ㅎㅎㅎ
다 똑같군요~!

    1 0

야밤에 55~57번 채널 고정~~

    0 0

필력이 계속 상승중이시네요..ㅋㅋ
다음편 또 기대하겠습니다..ㅎㅎ

    1 0

고맙습니다 ^^ 골프실력이 늘어냐 하는데...ㅠㅠ

    0 0

이 글 보면서 어제 연습장에서 뒤땅 나던 이유를 깨우치고 갑니다~~~

    1 0

깨우치셨습니까 ㅎㅎ

    0 0

아항!! 첨알았습니다 천정에 디봇자국이 난다는걸...ㅋㅋㅋ
흠..맨몸스윙이라...상상만으로..ㅋㅋㅋ

    1 0

잉? 아직 없나요? 천장이 3미터 되는 곳 아닉십니까? ㄷ ㄷ ㄷ

    0 0

천장에 디봇은 어느집에나 하나 있는거 아이겠습니까?
나만 아는 다른 가족들은 모르는
어느날 갑자기 생긴 그 자국 ㅎㅎ

    1 0

나만의 비밀 ㅎㅎㅎ

    0 0

필력이 정말 좋으시군요....너무 재미있게 읽고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ㅎㅎ

    1 0

부끄럽습니다 ^..^

    0 0

와 엄청나네요...
한숨에 다 읽었습니다.
다음편 빨리 집필해주세요 현기증납니다~

    1 0

사무실에 감사기간입니다 -,.-
잊어버리고 계시면 슥~~ 하겠습니다

    0 0

바람개비 스윙 연습기 추천드립니다.
윙하고 거실샤시창이 울려도 바람소리려니 할겁니다..ㅎㅎ

    1 0

그거 숨기기가 쉽지 않겠던데요. 
오렌지흽 가지고 싶어요 ㅠㅠ

    0 0

장재식프로 음성지원 되네요 ㅋㅋㅋㅋㅋ

    1 0

이글에서 제일 신경 쓴 부분을 캐치해 주시다니 ㄷ ㄷ ㄷ
동영상 틀어넣고 듣기평가 했습니다 ㅎㅎ

    0 0

오늘도 천정의 디봇 자국을 보면 씩 웃고 갑니다.

    1 0

문지방에 찍으신건 없으신가요 ㅎ

    0 0



리모컨

맨위로
 댓 글 
 목 록 
회사소개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메일문의 Copyright © 딜바다닷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