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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시작 전 난데없는 생크와 거리감소에 시달리던 저는 한국 프로님께 동영상을 무더기로 보내고 sos를 쳤습니다. 6개월간 저를 봐주셔서 그런지 단박에 문제를 짚어주시더군요. 1. 백스윙시 오른다리가 펴진다. 2. 그걸 바로잡으면 왠지 백스윙을 덜하는 기분이 들고, 그러면 오버스윙이 오니 유의해야한다.
저 정말 저랬거든요. 초기에 좀 잘맞으니 거리욕심+바꾼 드라이버의 무거운 샤프트 효과로 백스윙이 엄청 커진겁니다. 백스윙탑에서 왼쪽 눈으로 헤드가 내려온게 보일 정도이니 꽤 큰 스윙입니다. 오른다리 펴지는걸 저도 확인하고 이후 골반턴에 신경썼는데(오른 골반과 다리 사이에 주름이 잡히도록) 이게 생각보다 스윙을 훨씬 덜 하는 느낌이었어요. 하나아~ 빵 템포를 지키는데도 스윙이 커져버리니 멘붕..프로님 말씀듣고 연습장서 열심히 잡았고, 아직도 방심하면 오버스윙이 나지만 한 80프로는 정타가, 거리도 회복된거같습니다. 스윙 즉시 바로잡는건 역시 한국 레슨이 짱입니다!
자신감이 충만한 채로 레슨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역시 날씨가 좋다며 필드로 고고~ 그러면서 던져준게 저 스코어카드입니다.
첫번째 칸은 스코어링 존에 공을 집어넣는 타수입니다. 스코어링존은 핀부터 100야드 안쪽 공간을 말합니다. 그 안에 집어넣었는지 여부를 o,x로 쓰고 조그맣게 몇번만에 넣었는지를 써넣습니다.
두번째는 스코어링 존에서 세타 안에 홀인을 시켰는지 여부를 o,x로 씁니다. 세번째는 그 중 4피트(약 1.2m) 이내 퍼팅을 몇번이나 했는지, 마지막은 총 퍼팅수입니다. 따라서 이 스코어카드를 보면
1. 100야드(90미터) 안에 몇번을 쳐서 들어갔는지
2. 그 안에서 세번안에 홀인을 성공시켰는지
3. 1미터 이내 퍼팅에 실수는 있었는지
4. 쓰리펏을 했는지를 한눈에 볼수 있습니다.
연필로 보기네(만세) 더블이네, 트리플이네(허미) 숫자만 쓰던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리고 파3홀로 갑니다. 중핀 120미터 거리. 전 피칭을 잡고 에이프런 초입에 보냈습니다. 첫번째 칸에 o. 두번째에 퍼터를 잡으니 "오 보통 웨지를 잡는데 넌 퍼터를 잡았네. 내가 좋아하는 방식" 하고 씩 웃습니다. 망할, 웨지 잡을걸..하며 민 롱 퍼팅이 핀 1미터쯤에 갑니다. 홀인. 2번째 칸에 o, 3번째 칸에 2, 스코어는 0(파) 입니다.
"잘했어" 하고 자기가 스코어를 적어줍니다. 바로 두번째 홀 이동. 오르막 파4홀이며 거리는 약 300미터, 오른쪽으로 흐르면 숲 때문에 방해를 받는 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는데 짧지? 굳이 리스키하게 하지 않아도 돼." 이 말에 어제까지 잘맞았던 헤븐 우드를 집어듭니다. 우드 티샷을 거의 하지않았기 때문일까요? 영락없이 숲 쪽으로 밀려나갔습니다.
"괜찮아. 대부분 여기서 나무들을 넘겨서 그린을 공략하려 하지. 짧으니까. 매우 어그레시브한 공략인데 여기서 더블, 트리플을 하는경우가 뭐겠어? 그치 나무맞고 떨어지는 거야. 우린 아직 스코어링존에 볼을 넣고 마무리할 기회가 있어. 거기서 3번안에 넣으면 보기야. 페어웨이로 90미터 정도만 보내면 아주 가까운 어프로치지."
그래서 갭 웨지를 잡고 친 세컨이 오르막 라이 때문일까요? 다시 숲 쪽으로 갑니다. 다행히 나무들은 지나서 짧은 어프로치 거리에 떨어집니다. 이어진 러닝 어프로치가 뒤땅, 다시 어프로치가 벙커, 벙커샷이 핀에 딱 붙어 넣었습니다. "어워썸 벙커샷!" 더블한 놈이 푼수같이 땡큐땡큐하며 으쓱으쓱. 1번에 o(2타), 2번에 x(4타), 3번에 1, 4번에 1. 더블입니다.
"내가 90미터만 페어웨이로 보내라했더니 갭을 잡았지? 내가 한번 쳐볼게" 하고 9번을 가져옵니다. "어프로치랑 비슷한 거야. 짧은 채로 풀 스윙을 하려들면 실수도 많지. 긴 채로, 가볍게, 어프로치 처럼, 툭". 아따 얄밉게도 딱 그자리에 갑니다. 전 그동안 무슨 골프를 치고있던 걸까요?
세번째 홀은 조금 긴 파 4입니다. 슬라이스 홀이고, 슬라이스가 나면 역시 나무들 속으로 가며, 전 드라이버 슬라이스를 냅니다..공은 정말 늘어진 나무가지 아래..스탠스도 설수 없습니다. "어쩔래? 지금은 스코어링존을 바로 노리긴 무리고 페어웨이로 걷어내야할 거같은데." 5번을 들고가서 너무 아래에 채만 밀어넣어 신중히 공을 밀어냈습니다. 일단 페어웨이 안착.
남은 거리는 130미터. 포대그린이고, 그린 앞 왼쪽엔 깊은 벙커가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치는게 편하겠지? 어그레시브한 공략은 리스크를 동반한다고". 나도 압니다..알긴 알아요.. 9번을 들고 좀 짧게가자 쳤는데 비온 뒤 젖은 땅에 채가 박히며 70미터 거리를 남기고 서버립니다. "어때? 본대로 갔어?" " 방향은 그쪽인데 채가 박혔네" "ㅇㅇ 방향은 잘봤어" 웨지는 그린 앞쪽에 섰고, 이제 롱퍼팅입니다.
"시간을 갖고 충분히 봐. "
그린이 헛갈립니다. 핀을 바라봤을때 오른쪽 뒤에서 왼쪽앞으로 흐르는 그린인데 핀 왼쪽엔 봉긋 솟은 힐이 있습니다.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쉽게 정렬을 하지 못하자 "베리 트리키한 그린" 이라며 씨익 웃습니다.
핀 왼쪽 한컵 정도를 보고 밀었는데 아뿔싸. 왼쪽으로 흐르고맙니다. 작은 라이는 큰 라이를 못이기나봐요. 그리고 통한의 쓰리펏. 1번 o(3타), 2번 x(4타), 3번 2, 4번 3..트리플입니다.
믿겨지시나요? 이러니 벌써 1시간이 훌쩍지났습니다. 프로는, 어떤 스코어카드를 쓰든 항상 이처럼 기록하라고 합니다. 그래야 어느부분을 연습해야할지 감이 온다네요. 자기는 연습의 80퍼센트 이상을 웨지와 퍼팅에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 어려운 스윙을 잡았단 말입니다. 그래서 슬쩍 "나 드라이버 슬라이스 좀 잡은 거같아. 내가 엄청 오버스윙을 했더라고" 하니 알고있었답니다. 아니, 여보세요? 그런데 그가 말합니다 "알다시피 스윙 궤도, 임팩트, 폼 다 중요하지. 레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그런데 백날 스윙만 연습하면 뭐해. 아마 친구들이 그럴걸? '야 너 정말 폼 좋다. 근데 스코어는 만날 90개네'".
말문이 막히고 말았네요. 조금 엉성한 폼이지만 싱글을 치는 상사분들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흔히 코스공략을 하면 '관리 골프'라고 야지를 놓는 경우도 있죠. 캐디가 거리를 불러주고, 어디로 치라고 알려주고, 퍼팅 라이를 봐주며, 스코어도 써줍니다. 집에 가는 길엔 오잘공 하나만 떠오르고요.
여기선 제가 직접 코스맵을 봐야하고, 스코어링존에 빨리 공을 집어넣기 위해 코스를 공략해야합니다. 스코어링 존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숏게임에 공을 들이고요. 퍼팅연습 안했다니 왜 잠깐 실망한 표정이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이게 관리 골프인지, 골프의 본질인지 잠깐 멍했던 하루였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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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3편이군여! 대단한 필력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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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울었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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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공쳐본적도 없지만 글을 읽으면서 외국에 잠시 다녀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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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치는 분들은 항상 하는 말씀인데..왜 전 도전정신만 프로못지 않을까요 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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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이 되어야지 스코어링존에 볼을 넣기라도 하지요. 버럭!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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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지 그까이꺼 대충~ 은 아니고요. 알려주면 또 써보겠습니다. ㅎㅎ 저도 여기 남겨놔야 나중에 찾아보기 쉬울거같아 열심히 쓰고 있어요. 담에 또 불호령 내릴까봐 다음 라운딩엔 저도 저 스코어카드 함 써보려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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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 글 잘쓰시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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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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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스코어 카드 만들어야 하는 분위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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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가 구력에 비해 스코어가 덜 난다고 생각했는지, 작정하고 보자는거같아요. 같이 울어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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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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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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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라운드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합니다. 혹시라도 라베하게 되면 덕분이라 생각할께요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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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턱 쏘시는겁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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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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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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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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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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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직접 보는 느낌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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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보는 기분이라 하도 당황해서..하나하나 다 기억이 나네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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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그렇게살텐가님의 댓글 언제까지그렇게살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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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폼의 90타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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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안돼 큰일입니다 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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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을 처음 읽고, 1편부터 찾아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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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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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잘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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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트리플 열매를...아니,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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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같이 레슨받는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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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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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몰입해서 순식간에 읽었네요! 좋은 후기글 정말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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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더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