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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페어웨이 디봇 자국에 공이 들어갔을 때 꺼내놓고 칠까 아니면 그대로 쳐야 하는가?”라는 오랜 논쟁을 보면서 갑자기 필을 받아 글 한편 써봅니다.
일단 그 물음에 대해서는.... 저는 룰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빼놓고 칠 수 있다고 봅니다. 드라이버 좋은 샷으로 페어웨이에 안착했는데, 자세히 보니 디봇 자국(디봇은 뗏장이고, 디봇자국은 뗏장이 떨어져나가 움푹 패인 곳입니다.)에 공이 있으면 열 받습니다. 이상적 조건, 즉 전 홀의 선수들이 매너를 잘 지켜서 디봇자국을 잘 메꾸었다면 들어가지 않을 상황입니다. 드라이버를 잘 쳐서 페어웨이에 들어갔는데 인공적으로 생긴 디봇자국에 내 볼이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 예상치 못한 불이익입니다. 구제해주는 것이 맞죠.
내기를 하더라도 빡빡한 주말 골프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아예 첫홀에서부터, 디봇자국에 빠진 공은 꺼내놓고 친다고 정하는게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벙커에 들어간 공을 빼고 치자는 것과 뭐가 다른거냐고 항변할 수 있는데, 좀 다릅니다. 벙커는 코스 디자이너가 아예 장애물로 의도하고 만든 것이니까요. 정확하게 비슷하게 비교하려면... 벙커 모래를 정리하지 않고 나와서 생긴 발자국 파인 곳에 공이 떨어져서 치기 어려운 상태와 비슷합니다. 같은 벙커내의 평평한 모래에 올려놓고 치자는 거와 같다고 할 수 있죠. 이정도는 양해해야 합니다.
원칙으로 돌아오면... 결국 골프를 내가 왜 치는가? 어떤 재미를 얻고 무엇을 즐기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에 이르게 됩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저는 골프의 본질주의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자연에 만들어져 있는 코스에서 규정타수에 가깝게 홀인하는 것. 그 과정에서 어떠한 쉽게 목표를 이루려는 편법과 편의, 자기를 속이는 기만 행위, 동료를 방해하거나 필요이상으로 돕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단순히 좋은 스코어를 바래서는 안되고, 설사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불평하거나 자기변명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내가 한 행위의 결과물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과정을 즐기는 것이 아마 골프의 본질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미 많은 골포 회원들이 남들에게 떠들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골프를 즐기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아마추어이지만, Serious Golfer라고 하더군요.)
여기에 반대되는 개념은 아닙니다만, 골프를 즐기는 또하나의 원칙, 철학으로 실용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앞에 얘기한 본질주의자와 대비를 기대했다면 아닙니다. ㅎㅎ) 예를 들면, 신품보다는 중고 아이언을 사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으며, 처음 보는 멤버들에 끼어서 조인을 해도 골프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 자기만의 골프 경험과 선호가 분명한 골프애호가들, 으리으리한 골프장에 아반테나 프라이드를 몰고 가서도 당당한 태도를 저는 실용주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하...일하기 싫으니까.. 오만 잡생각이 다 떠오르는군요.
뻘글인데, 타이핑한게 아까워 한번 올려봅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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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면서 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저도 즐기면서 치다가 어느순간 나의 정확한 스코어가 얼마지??? 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냥 첫홀 올파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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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말씀하신 내용에 동감인 것이 벙커는 보이는 장애물인 반면에 디봇은 골프장의 관리 소홀의 문제로도 볼 수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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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골프장은 일요일 오전 디봇들을 오후란딩전에 페어웨이 디봇을 정리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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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과 똑 같은 글입니다. PGA룰에 최대한 가깝게 치려고 하는 중인데, 디봇은 골프장 관리의 문제라 논외로 생각합니다. 라운딩 시작 전, 동반자들과 미리 얘기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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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쳐놓고 어디가서 저 싱글입니다.. 하는게 아니라면, 저는 동반자 모두가 즐거운 룰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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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봇자국 공을 빼고치냐 그냥치냐보다, 얼마나 충실하게 플레이 하느냐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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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회라면 군말 없이 표준 Rule 을 따릅니다. (어길 방법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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