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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박스에 선다. 캐디분이 지정해준 소나무와 내 공까지의 가상의 선을 긋자 그 사이에 걸리는 솔방울 하나. 길게 숨을 내쉬고 행여 힘이 들어가 있는 근육이 있을까 몸을 털어본다. 다시 한번 에이밍을 점검하고 부드러운 백스윙
“땅~”
푸른 하늘을 가르고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하얀 점. 동반자와 캐디분의 ‘굳 샷~~~~’ 외침에 대수롭지 않게 미소로 답하며 여유롭게 티를 줍고 티박스에서 내려온다.
카트 앞자리에 앉아 출발하고 동반자들이 숨겨진 공을 찾으러 산으로, 해저드 티로, 오비 티로 헐레벌떡 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여유롭게 아이언을 뽑는다........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40분.
‘꿈이었구나...’
여느 때와 같던 일요일 저녁. 저녁식사를 마치고 딸과 아내와 함께 런닝맨을 보며 지나가는 일요일을 아쉬워하고 있던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낯익지만 오랜만인 이름 하나.
“요~~~~~ 브로~~~ 어쩐 일이여? 이 시간에? 뭔일 있어?”
“행님~ 잘계시죠? ㅎㅎㅎ ”
“덕분에~ 잘 있지? 제수씨는 잘 있고?”
“아~ 너~무 잘 있지요. ㅎㅎㅎ 행님. 요즘 골프 배우신다면서요?”
“어이구 소문이 거기까지 갔냐? ㅎㅎ 누구한테 들었냐?
“헐랭이가 그러데요”
“어~ 저번 주에 레슨이 끝났어.”
“레슨 받으셨구나.. 얼마나 받으셨어요?
“3개월 받았는데... 마지막 한달은 등에 담이 들려서 거의 못배웠어 ㅎㅎ ”
“오... 그럼 스윙은 대충 다 배웠겠네요”
“뭐... 아이언이랑 웨지는 배웠지만.. 드라이버는... ..”
“머리 올리셨어요?”
“머리? 아 필드? 아니?”
“행님 동생들이 퐈마 한 번 시켜드릴니까 개망신 한 번 당해 보시죠 ㅎㅎㅎ”
“오!! 언제?? 누구랑???”
“돌아오는 토요일 아침 8시 티업이에요. 논산가는 길에 ‘더 힐’이라고 퍼블릭 있어요. 멤버는 저랑 상영이랑 상영이 처남이랑요”
“오.... 너랑 상영이는 괜찮은데... 나 처음 가는데 상영이 처남은 괜찮을까?”
“아 괜찮아요. 그 친구도 저랑 같은 또래인데 머리 올린 지 얼마 안됐어요. 형이 더 잘 칠껄요?”
“야~ 니가 언제 봤다고 내가 더 친다는겨 ㅎㅎㅎ 암튼 고맙네. 내가 뭐 준비해야 되는 건 없고?”
“채는 있을 꺼고..... 신발, 장갑, 모자....... 공이나 한 30개 가져오세요”
“30개나??”
“왜요? 자신있으세요?? ㅎㅎㅎ”
“아녀.. 일단 알았다. 내일 다시 통화하자~ ”
그날 저녁부터 였다. 같은 꿈을 꾸게 된 것은....
D-day -5
인터넷으로 자석티와 로스트볼을 주문한다. 골프공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친구에게 전화해보니 '타이틀리스트 프로 브이 원'을 사란다. 그게 좋은 거냐? 하고 물었다가 머리도 안 올린게 까라면 까란다. 일단 지른다. 호기심에 클릭한 골프 악세사리 카테고리에서 1시간 넘게 방황했다. 언제 쓰는지 모르지만 언젠가 쓸 볼마커와 파우치 백을 지르고 나왔지만 나름 선방한거 같다.
D-day -4
골프채녈을 보니 선수들은 티셔츠를 다 바지속에 넣어입는다. 연습장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부분이었으나 혹시 몰라 골프장 복장매너에 대해 검색한다. 청바지에 끼는 벨트는 아무래도 오버인가 싶다. 스포츠>골프>의류 카테고리에 접속한다. 벨트를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바람막이와 모자가 따라온다. 어이쿠 결제를 해버렸다. 어쩔수 없다.
D-day -3
인터넷으로 주문한 자석티와 로스트볼, 회사 형님에게 부탁한 보스톤백을 수령했다. 너무 나이들어 보이는 게 좀 뜨악 했지만 주문하고 수령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아직 출정 일까지는 며칠이 남았음에도 소풍을 기다리는 것 같은 설레임은 벌써 일찍부터 자리 잡고 나를 들뜨게 했다. 몸상태를 생각해서 인도어에서는 300개정도만 쳤다.
D-day -2
아무래도 보스톤백이 맘에 걸린다. 머리올릴 때 필요하다는 것은 필드갈때 마다 필요하다는 뜻일테다. 친절하게 피씨에는 최근 접속했던 인터넷 쇼핑 사이트가 메인에 떠있다. 너무 나이들어 보이지 않고 골프장에도 일상생활에도 잘어울릴 만한 모델을 검색해 본다. 적당한 모델을 찾았다. 아내에게는 골프용이라 하지 않고 출장 및 여행에 쓰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물어본다. 좋은말 할 때 그만하시고 주무시란다. 직장생활에 힘들텐데 퇴근후에도 가족을 위해 좋은 물건 찾아 헤메는 남편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전형적인 츤데레 타입. 아내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지른다. 숙제를 다한듯 가뿐한 마음이다.
D-day -1
퇴근을 하자마자 인도어를 향했다. 회사 형님은 라운딩 전날에 인도어를 가는 거 아니라고 했지만 도저히 그냥 집으로 갈 수 없었다.
‘그 형님도 마치 밤하늘의 불꽃처럼 뿌려지는 나의 아이언 샷을 보았다면 내 맘을 이해하겠지. 내가 필드는 처음이지만 그래도 연습이 3개월인데... 동생들 앞에서 개망신 당할 수야 있나....’
한 시간뒤.....
원래의 예상했던 연습 루틴은 아이언 15분 -> 드라이버 10분 -> 웨지 30분 -> 퍼팅 이었으나
아이언 15분 -> 드라이버 40분 -> 웨지 3분으로 연습이 끝이 났다.
10개 정도만 쳐보려 했던 드라이버가 학익진을 펼치자 당황한 나는 결국 200개를 넘는 공을 드라이버로만 때려댔고 더욱 촘촘한 학익진과 주위에 안타까운 눈길, 복잡한 머릿속을 얻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D-day 새벽 4시
어제 그따위로 드라이버는 날려놓고서는 염치없게 또 같은 꿈을 꾸었다. 맞춰두었던 알람보다도 1시간이나 일찍 눈이 떠져버린 나는 이미 잘 챙겨진 짐을 보면서 혹시 빠진 게 없나 곰곰이 살펴본다.
시간이 넉넉하니 가뿐한 몸상태를 위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어제 도착한 바람막이와 모자의 태그를 부정탈까 싶어 가위로 깔끔히 자르고 풀셋으로 장착한 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만렙의 레어템이 부족하지 않다.
이제 이번주 밤마다 반복되는 꿈을 현실에서 확인하는 것만 남았다. 예상되는 데자뷰.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시동을 걸고 네비를 찍고 출발하려는 순간 떠오른다.
'아... 선글라스가 빠졌네....역시 초짜는 초짜구먼...할수없지 오늘 눈부시게 날아가는 공은 캐디분에게 봐달라고 할 수 밖에....'
출발하면서 라디오를 켜자 슈프림팀의 "그땐 그땐 그땐" 이 흐른다. 선곡 또한 기가 막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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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몸살걸렸슴다. 저번주에 이어 이번 주도 꼼짝도 못하고 있슴다. 내 골프근육들이 빠른속도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게 느껴집니다. 필드가시는 분들 부럽습니다. 작년 기억 더듬어 적어보았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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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무 준비없이 머리 올리러 갔던 저의 머리 올린날이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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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준비없이 되나요??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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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댓글이지만, 정말 몸만 갔어요. 클럽하우스가면 클럽렌탈해준다고해서 클럽도 없고 골프화도 안신고 공도 안사고 연습장에서 꼈던 장갑만 하나 띡 들고 갔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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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무 재밌다. 빨리 글쓰시게 왼쾌..아닙니다. 얼른 쾌차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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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글 쓰는 사람은 좀 아파야 간지 난다고...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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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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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현기증 납니다 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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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춘문예네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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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안됩니다. 이 글 쓰면서 글쓰는 분들 진짜 존경하게 됐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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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꿈...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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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입니다 재미나게 읽어 주셔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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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필력.. 무섭습니다... 쭉~ 다읽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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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우스울 겁니다요 실력은 배꼽잡죠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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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필력 지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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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십니다 ^^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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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덕분에 혼자 킥킥 거렸네요....후편 기다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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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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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나중에 엽기적인 그녀처럼 책으로 쓰셔도 될듯 ~~!!!! ㅎㅎㅎ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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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하고 읽으면 뻘글입니다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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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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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에 MSG 살상 뿌렸습니다.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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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해피엔딩으로 끝내주세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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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이라.....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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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JISON 작가님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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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 실력 보시면 정 떨어지실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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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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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저는 필드 다음에 스크린을 갔네요. 지금은 스크린밖에 못가서 ㄷ ㄷ 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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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다음 편을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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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제가 병중이라서...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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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재밌습니다! 직업이 작가님이신가요? ㅎㅎ 머리올리는날 새벽에 연습장가서 연습하다 근육통와서 약먹고 필드나간게 생각이 나는군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