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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10-17 17:04:56 [베스트글]
조회: 62,284 / 추천: 430 / 반대: 0 / 댓글: [ 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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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눈팅만하다가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처음입니다.
아무래도 딜바다 골포는 장비쪽에 대한 아마추어분들의 소통의 장이라
프로인 제가 접근해서 글을 쓰기가 좀 애매했습니다.
저는 올해 상반기까지 약 7년간의 2부투어 활동을 마치고 현재는 친한 선배의 연습장에서 레슨을 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골프를 시작하여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골프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운동선수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아.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해도 여기까지가 최선이구나”라는 생각…
1부투어 문턱을 결국 넘지 못하고 이렇게 내 골프인생은 여기까지 라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하게 되었죠.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고 보니 결국엔 꽃을 피우는 선배님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다”에서 “나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으로 금방 바뀌더군요.
제가 프로선수를 그만두며 뒤를 돌아보니 참…
부모님은 이제 은퇴하셨고
저는 결혼은 꿈도 못꾸는 (물론 돈때문이죠) 상황이네요.
저를 골프시키며 모든 벌이가 저에게 들어가며 누나는 공부를 참 잘했지만 남들 다하는 과외한번 못 받았고 그토록 원하던 어학연수도 못 갔습니다.
타이거우즈와 박세리를 보며 멋진 앞날을 기대했던 저와 우리 가족들에게 이제는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하루라도 빨리 선수생활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얼마전부터 레슨을 하여 조금씩 가족들의 생활비를 보태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아무튼 저는 이렇게 조금씩 바뀐 상황에 맞춰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ㅎㅎ
얼마전 친한 고향 후배가 술 한잔 사달라며 제가 일하는 곳까지 왔습니다.
가게 마감을 하고 늦은 시간부터 한잔 두잔 기울이다보니 참 프로골퍼라는 직업 새삼 쉽지 않게 느껴지더라구요.
여러분이 알고 계신 유명한 프로님들, 엘리트 코스를 밟고 올라온 선수들... 솔직히 저는 걱정 안합니다.
찾아온 후배는 그래도 또래들 사이에서 숏게임 참 잘하기로 유명하고 1부 경험도 있고 본선도 여러 번 진출한 친구인데도 현재는 결혼 후 가족들 뒷바라지에 투어경비에 카드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한테 찾아온 이유는 안쓰는 골프공이 있으면 좀 얻으러 왔답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프로골퍼가 골프공 살 여유가 없다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하고
타이틀리스트에 달라고 해봤냐고 하니(후배는 타이틀리스트와 올해 계약을 한 상황) “자존심이 상해서 말 못하겠다”고 합니다. 타이틀리스트는 성적에 따라서 안된다는게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치사해서라도 잘 쳐보려, 보이려 하긴 합니다.
제 후배에 비하면 저는 2년 전 스릭슨이랑 계약한 후 부터는 1부투어 선수 부럽지 않게 후원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선수생활 2년 반 정도는 정말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도 많이 받았고 또다시 덕분이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덕분에 후회없이 도전하고 제 한계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티비를 보다가 스릭슨의 광고를 봤습니다.
“스릭슨, KPGA 사용률 1위”
물론 코리안투어(1부투어) 사용 1위가 아니라 스릭슨투어(2부), 챔피언스투어 (시니어) 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라고 하지만 솔직한 제 심정으로는 그게 진짜 1위 아닌가 싶습니다.
(꼭 1부만 프로냐~~ㅋㅋㅋ)
국내에서 남자프로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런 남자프로골프시장에 대해 관심을 더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반응이 좀 있으면 투어프로시절 재밌던 일들이나 여러분이 궁금해하실만한 내용들을 좀 자주 써보려 합니다. (스폰서, 용품계약 시장, 피팅 등)
그리고 앞으로 많은 KPGA 투어 선수들이 더 힘낼 수 있도록 딜바다 회원 분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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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제 2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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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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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해도 여기까지가 최선이구나”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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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울림이 있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자주 들어오셔서 투어시절 경험담과 아마추어에게 도움되는 조언 많이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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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가장들, 응원합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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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굉장히 조리있게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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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면서 많은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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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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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에 나오는 프로들만 보면 화려하기만 하지만, 역시 가혹한 현실이 대부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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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를 응원하며 추천 누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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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짠함을 느끼면서 글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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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진심이 담겨있어 한줄한줄 정성껏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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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기기 참 어려우셨을텐데 솔직한 심정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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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어느 곳에서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세상이라 참 치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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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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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경험이 많으시니, 이제는 레슨세계에서 또 잘 하실 겁니다. 2부투어여도 투어경험이 많은 선수출신들은 한마디한마디가 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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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에 응원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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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사랑하는 1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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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굉징히 전달력 좋게 잘쓰시네요.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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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건승하시고 좋은 레슨 프로로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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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가득한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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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님의 인생 후반전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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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글도 너무 잘 쓰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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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몸 고생 맘 고생 참 많으셨겠습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써 꼭 꽃을 피우리라 기원드립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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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승하세요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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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되니... 저같은 평범한 직장인이나, 운동선수나 공무원이나 자격증으로 생업유지하는 사람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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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에는 추천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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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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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우는 꽃만 있는게 아니죠. 여름, 가을에도 꽃을 피우고 눈내리는 겨울에 봉오리를 터뜨리는 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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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화려함 의이면에는 언제나 힘들고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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