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망한 PC방 인수해서 3년간 운영한 이야기 -2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Sign in with googleSign in with kakao
자동로그인

펌글) 망한 PC방 인수해서 3년간 운영한 이야기 -2
세가와온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작성일: 2018-10-25 03:33:09 조회: 620  /  추천: 1  /  반대: 0  /  댓글: 0 ]

본문

 

12월 중순이 넘어가니 종강한 대학생, 방학한 고등학생-중학생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친해진 고등학생 애들이 이야기하더라. 마우스 새거로 바꾼거냐고. 예전에 클릭 너무 안되고 두 번씩 눌리고 해서 짜증났는데 이젠 그런거 없다고.

 

여전히 난 하루 주 7일, 매일 16시간을 일하면서 2016년 1월과 2월 장사를 마쳤다.

 

201601-02.png

 

저 당시 우리 매장의 고정비는 이렇다.

 

 

임대료 155만원 (부가세 포함)

 

전기세 65만원  (등락은 약간 있으나 평균적으로)

 

게임사 게임비 200만원 정도  (넥슨+NC+블리자드+기타등등. 매출에 따라 등락이 좀 있고 결제 시점에 따라 월 2번씩 될 때도 있긴 함)

 

전용선 비용 60만원  (트래픽 제한 200MB)

 

노하드 관리비 10만원

 

알바생 시급 총액 126만원 (7000원 x 6시간 x 30일)

 

알바생 식대 15만원 (5000원 x 30일)

 

알바생 보너스 10만원 (매월 말 인센티브 형태로 지급)

 

세무사 비용 11만원

 

화재보험료 3만원

 

= 총액 655만원

 

여기에 예상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잡비를 합치면 한달에 고정비가 700만원 정도 나갔다고 보면 된다.

 

 

나는 시급을 7천원씩 줬다. 2016년 최저 시급이 6030원이었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왜 7천원을 줬냐면 새로 사람을 뽑으면 새로 교육을

 

시켜야하고, 그러면 난 잠 잘 수 있는 소중한 6시간을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식대로 별도 5천원을 지급했다. 예전에 알바 생활하면서 (정말 많은 매장에서

 

정말 많은 시간동안 알바를 했다) 식사를 제공해준 사장님은 딱 2명 있었는데, 일하면서 제대로 밥도 못 먹고 내 돈 내고 지겨운 컵라면 먹고 그러는게 싫었다.

 

그래서 [알바생들 밥은 제대로 먹이자] 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고, 한 푼이 아까운 시점이었지만 근처 분식집이나 중국집에서 밥 시켜먹으라고 5천원씩을 줬다.

 

물론 시켜먹지 않고 그 돈 아껴서 자기 용돈 쓰는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 그건 자기 선택이니까.

 

 

그 외에 알바생들에겐 일종의 인센티브 개념으로 보너스를 지급했다. 주말 저녁 이틀을 일하는 알바생의 경우에는 소중한 주말을 버리고 일하러 나와주는거고

 

다른 요일보다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한달에 5만원씩 보너스를 줬다. 그리고 나머지 5만원을 쪼개서 나머지 친구들에게 이틀 일한 친구들은 2만원 / 하루 일한 친구들은 1만원

 

이렇게 문화 상품권을 지급했다. 여튼 이런 보너스 때문인지 우리 가게에 있는게 좋아서였는지 모르지만, 이 친구들은 인원 변동 없이 2년간 그대로 일을 했다.

 

덕분에 나는 새로운 사람을 뽑아 교육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2년 넘게 지낼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타임 펑크나면 서로 땜빵도 해주면서 정말 잘 해준 친구들이다)

 

 

1월에 난 600만원을 통장에 넣을 수 있었고 이 중에서 200만원을 전 사장님께 보냈다. 그리고 100만원을 아버지께 드리고 내 생활비로 30만원을 썼다. 270만원을 저축했다.

 

2월에 75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얻었고 300만원을 전 사장님께 보냈다. 아버지께 100만원, 내 생활비로 30만원을 썼다. 320만원을 저축했다.

 

두 달 만에 3천만원 중에서 500만원을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3월이 되자 역시 비수기였다. 전통적으로 PC방은 3~4월이 가장 비수기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새로운 학년이 되면서 열공을 하기 때문에 손님이 줄어든다.

 

2016년 3월과 4월, 매출은 1100만원 초반대에 머물렀다. 이 때 나는 알러지가 생겼다. 잠을 너무 못자고 불규칙한 생활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이었는지

 

가슴과 배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무척 가려워 자꾸 긁었다. 나중에 병원에 가니 알러지라고 했다. 주사 맞고 약 먹고 스테로이드가 섞인 크림을 발라도 아직 낫지 않는다.

 

이 두드러기는 벌써 2년이 넘게 날 괴롭히고 있다. 지금은 꽤 편하게 지내는데도...

 

 

순이익 400 중에서 100만원씩 전 사장님께 보내고, 아버지께도 50만원씩 밖에 용돈을 못 드렸다. 내 목표는 월 200만원씩은 저축하자 였기 때문에ㅠㅠ

 

1월부터 4월까지 내 통장에 찍힌 잔고 총액은 1천만원을 약간 넘어 있었다.

 

 

 

5월이 되고나서 나에게 첫 번째 기회가 왔다. 무슨 기회냐고? 그건 바로 오버워치다.

 

2016년 5월, 오버워치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블리자드 광팬이다. 워크래프트1 시절부터 블리자드 게임을 했으니까.

 

PC방 문과 흡연실 등등에 오버워치 포스터를 잘 보이고 붙여놓고, 정말 미친 짓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픽카드와 모니터를 바꿨다.

 

 

560Ti 의 한계는 너무 명확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560Ti를 팔고 중고 GTX660을 구했다. (참 운도 좋은게 560Ti의 경우 냉납 현상이 고질이었는데

 

우리 매장 것들은 한 번도 냉납에 걸린 적이 없다. 이것도 운이 따른 것이라 생각한다) 560Ti에 1만원씩 얹어서 바꿨다.

 

원래 더 줘야하는 판인데 그 당시 나에겐 많은 운이 따랐던 것 같다. 싸게 잘 구했으니. GTX660 성능이 25~30% 정도 좋았다. 만원으로 많은 이득을 본 셈이다.

 

 

GTX660으로 그래픽카드를 바꾸고 나서 나는 처음으로 144hz 모니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오버워치가 등장하고 나서 최대 이슈는 모니터 주사율이었다. 좀 멀지만 벤큐 2411이 있다는 다른 PC방에 가서 오버워치를 해봤더니 이건 엄청난 차이였다.

 

144 모니터를 너무 들여놓고 싶었는데 벤큐는 너무 비쌌다. 그래서 국내 중소 기업 제품을 찾다가 27인치 144hz FHD 모니터를 21만원에 판매하는 제품을 발견했다.

 

 

나는 그 길로 그 모니터 판매 총판이 있는 용산에 달려갔고 총판 책임자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전액 현찰로 계산할테니 얼마까지 할인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책임자는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대당 18만원까지 줄 수 있다고 했다.

 

1116만원....내 통장엔 1천만원이 있었다. 난 은행에 가서 300만원을 찾고 계약금을 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금요일에 매장에 배달해달라고 하고 나왔다.

 

모자라는 금액은 일주일 동안 번 돈으로 충당했다. 그렇게 내 통장 잔고는 다시 0원이 됐다.

 

 

GTX660으로는 오버워치 최하옵을 두고 120 fps가 사실상 한계였다. 게다가 CPU가 i3급이라 한타 시작되면 70프레임 후반대까지도 내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여러가지 팁글들을 보고 따라한 결과 겨우 80프레임 후반대에서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난 최대프레임 제한을 100프레임으로 잡아놓고 세팅을 했다.

 

동네에 있는 3군데 PC방 중에서 전좌석 144hz 모니터가 있는 곳은 내 매장 뿐이었다. 144hz 모니터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오버워치 유저들이 차차 몰려들기 시작했다.

 

프레임은 80~100프레임 밖에 안나오지만 60hz 모니터에서 하다가 옮긴 친구들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질 못했다.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다른 매장들은 144hz 모니터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들여놓질 않았다. 그 후 저렴하지만 마이크 잘 되는 헤드셋을 카드 결제로 긁어서 전좌석에 배치했다. 차차 매출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7월 방학 시즌이 도래했다. 난 처음으로 정말 큰 돈을 만져볼 수 있었다.

 

201607-08.png

 

 

오버워치 덕분에 7월과 8월에 달마다 블리자드 타임 3000시간씩을 결제했다.

 

핵 창궐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이때만 해도 핵은 거의 없었다. 클린했던 오버워치 시절 ㅠㅠ

 

게임비가 더 나가서 200만원 결제하던 게 350만원 정도로 늘었고, 전기세도 75만원이 나왔었던 것 같다.

 

 

알바생들도 늘렸다.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총 8시간을 두 타임으로 나누어서 인력을 충원했다. 나는 정오까지만 일하고 아버지가 2시간동안 카운터를 보셨다.

 

정말 살 것 같았다. 6개월만에 취침 시간을 더 늘릴 수 있었으니까...

 

 

인건비가 좀 늘어났다. 8시간 x 7000원 x 30일 = 168만원

 

식대 5000 x 하루 2명 x 30일 = 30만원

 

보너스 20만원 + 방학기간 특별 보너스 2배 = 40만원

 

총액 = 238만원  (예전엔 알바생 관련 비용이 151만원이었으니 87만원이 늘어난 셈이다)

 

 

7월과 8월에 지출비용으로 월 900만원 정도를 썼다. 알바생들에겐 방학기간이고 장사가 정말 잘 되어서 월말에 보너스를 2배로 지급했다.

 

주말 이틀 일하는 친구들은 10만원 / 평일 하루 일하는 친구들은 2만원 / 이틀 일하는 친구들은 4만원을 줬다. 주말 친구들은 정말 힘들었을 때였다.

 

그렇게 손님이 많았던 적은 지난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나는 7월에 순이익 950만원을 올렸고, 8월에는 1050만원을 벌었다. 두 달만에 순이익 2천만원을 번 셈이다.

 

이 중에서 전 사장님께 천 만원을 보내드렸고, 나머지 천 만원에서 부모님께 400만원을 드렸다. 내 생활비로 100만원을 빼고 500만원을 저축했다.

 

인수대금 3천만원 중에서 이제까지 1900만원을 갚았다.

 

 

난 아직도 이때 어머니의 목소리가 잊혀지지가 않는다. 계좌이체로 400만원을 어머니 앞으로 보냈을 때 30초도 안되어서 전화가 왔다.

 

이게 무슨 돈이냐고...어머니, 제가 번 돈이에요. 어머니는 계속 잘했다 잘했다 하시면서 우셨다. 나중에 친척들에게 들으니 어머니가 이모들하고 만나서

 

자랑을 엄청나게 하셨다고 한다. 우리 아들 돈 잘 번다고. 이모들에게 이 이야기 듣고 나서 나도 울었다. 어머니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거 같아서.

 

 

8월 말 개강하기 전에 알바하던 친구들을 데리고 연극도 보고 고기에 술도 푸짐하게 먹였다. 7개월 만에 걱정없이 돈을 쓸 수 있었다.

 

내 생활비 두달 100만원 중에서 50만원은 그렇게 회식비로 사용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친구들이다. 다들 예쁘고 싹싹해서 손님들도 모두 좋아했다.

 

지금은 취업 때문에 다들 우리 매장을 떠나갔지만 어려웠던 초기 7개월동안 고생해준 4명에게는 아직도 생일마다 영화 티켓 2장과 팝콘 세트 기프티콘을 보내주고 있다.

 

명절 근처 되면 한 번씩 모여서 밥을 먹기도 하고. 그때 그 친구들이 알아서 잘 해주지 않았다면 난 지쳐서 쓰러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방학이 끝나고 2016년 9월부터 11월까지 우리 매장의 매출은 1500~1600만원 선을 유지했다. 난 주말 야간 이틀을 해줄 알바를 구했다. 


추천 1 반대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리모컨

맨위로
 댓 글 
 목 록 
회사소개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메일문의 Copyright © 딜바다닷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