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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결정 이후 국내에서는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니 그 보도량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겠지만, 내용은 정말 황당하게 흐르고 있네요.
현재 국내 브렉시트 관련 보도의 3가지 큰 줄기를 보면,
1. 이번 결정은 극우파 선동에 의한 우매한 결과다.
2. 투표 이면에는 청년-노년층간의 세대대결이 자리한다.
3. 영국민 자신들도 투표내용을 잘 몰랐고 후회중이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 세가지 보도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오도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결과는 극우파 선동에 의한 우매한 결과라는 내용입니다.
영국에는 독립당이라고 나름 극우로 평가되는 정당이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이번 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주장한 유일한 정당인거는
맞고 그 흐름속에서 지지가 올라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독립당
지지율이 12%에요. 옆동네인 프랑스의 국민전선 지지율은 25%선.
거기다가 정강정책도 독립당보다 훨씬 극우적입니다. 극우 선동으로
인해 브렉시트가 됐다면 프랑스가 먼저 되야겠죠.
더군다나 이민에 관한 사항을 빼고는 정강정책상 극우도는 독립당<
국민전선<새누리당입니다. 새누리당이 2기 연속으로 집권하고 있는
나라에서 '우매한 국민이 극우선동에 쏠려 미친 결정을 했다'라고
몰아가고 있는겁니다.
실제로 이번 브렉시트 찬성진영은 극우에서 극좌까지 폭넓은 진영이
참가했습니다. 이번 브렉시트의 기저는 '경제적 불평등 심화와 그에
따른 자본주의 위기' 입니다. 극우정당의 성장은 그로 인한 저학력-
저소득층의 반발로 이뤄진건데 그런 '결과의 일부'가 '원인'이라고
보도하고 있는 겁니다.
두번째로 투표 이면에는 청년-노년층간의 세대대결이라는 내용입니다.
보도를 보면 젊은이들이 '늙은이들이 우리 미래를 망쳤다. 우리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라고 쏟아내고 있는데요.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네요. 이번 투표의 세대별 결과를 보면 18∼24세 유권자의 73%,
25∼34세는 62%, 35∼44세는 52%, 45∼54세는 44%, 55∼64세는 43%,
65세 이상은 40%...가 잔류를 지지했습니다. 숫자들이 많이 낯익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한국에서 투표시 야당지지율하고 비슷합니다.
그런데 55세 이상을 잘 보십시오. 55~64가 43%. 65이상은 40%에요.
한국보다 세대대결이 훨씬 약하면 약했지 강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제가 이전에 '왜 영국민은 브렉시트를 선택했는가'라는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영국, 특히 그중에 런던쪽은 외국인 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합니다. 브렉시트로 당장 생계에 궤멸적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적어도 3,400만은 될거에요. 그들 대다수는 젊은 층이죠. 노년층은
이미 오래전에 노동시장에서 퇴출후 연금이나 사회복지혜택으로
살아가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저런 정도의 투표결과면 세대간 갈등
이 극에 달했다...는 한국의 언론보도는 참 쓴웃음이 나오는거죠.
그냥 한마디로 '우리가 지금 남얘기 할때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영국 현지 분위기는 우리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
처럼 그렇게 격하지 않아요. 노년층은 노년층대로 청년층의 선택을
이해하는 분위기고, 청년층도 부모세대의 아픔에 공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물론 몇몇 격한 감정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게 주류는 아니라는 거죠. 그 몇몇을 콕 집어서 계속 침소봉대를
하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영국민은 내용도 모르고 투표했고 지금 후회중이다.
이 내용이야말로 진심 토가 나오고 개쌍욕이 입안 가득 고이는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영국 구글에서 EU란
무엇인가. 브렉시트는 무슨 의미인가...등등의 검색이 투표후에
폭증했고, 그걸 기반으로 영국민은 지가 하는 투표가 뭔지도
모르고 했으며,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라고 후회중이다..
이렇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아...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가 아니고서야 누가 투표후에 내가 한
투표가 뭔지 검색하겠습니까? 흐름상 당연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미성년자 등이 뉴스가 쏟아지니 먹던 쵸코바를 옆에 던져
놓고 검색을 한거죠. --^ 그걸 놓고서 전후 사정 다 잘라내고
투표자가 '내가 뭘 한거지? 으흥~' 이러면서 검색을 했다구요?
그냥 영국민 과반이 미스터빈급 캐릭터라고 하지 그러십니까?
그리고 투표결과를 후회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그건 또
어떻습니까?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 이번 투표에서 영국정부는
분명하게 '잔류' 즉 브렉시트 반대입장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 역시 마찬가지구요. 지금 보도를 보면 영국민의 선택을
넘어 영국민들 자체를 비난하도록 몰아가고 있는데 정확히
말해 비난받을 대상은 영국정부입니다. 정말 희대의 삽질을
해왔거든요. 그리고 영국민은 이번 투표결과에 대해 많이
갈라진 반응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브렉시트 찬성표를 던진
주민들이 후회하고 있다?...이건 전혀 맞지 않습니다. 계속
울분을 토로하는건 애초에 잔류표를 던진 '절박한' 사람들이죠.
현재 국내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브렉시트 관련 기사중에서
실제 해당 언론사 생산기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대부분
영미계 통신사, 머독등 대형 미디어그룹 기사를 그대로 번역
하거나 오히려 왜곡해서 확대보도하는 형편입니다. 이건
그나마 좀 믿고 본다는 진보성향의 한겨례, 경향조차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그 기사들을 보며 '어유, 저
미친놈들 때문에 전세계가 고생이야' 이러고 있죠.
물론 환율효과로 매출이 늘어나서 이득이 좀 되는 이재용
이나 정몽구 빼고 국내에 브렉시트로 인해 수혜자는 거의
없고, 다 피해자인건 맞습니다. 특히 주식하시는 분들, 무역
-여행-교육 종사자분들 등은 꽤나 머리가 아플 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영국민을 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긴 글을 또
썼습니다. 욕을 하시려면 EU통합후 수십년간 자국 노동자
들의 삶이 피폐해져가는데 값싼 노동력 털어먹기에 집중
해온 영국정부. 그리고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독일
에게 압도적으로 주도권을 내주면서 EU내 허수아비로
전락한 영국정부. 그러면서 국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하자
오세훈이 했듯이 '그럼 투표로 할지 말지 결정하지 뭐'라고
툭 던져서 이 화를 자초한 영국정부...가 모든 욕을 감수
해야 맞는거겠죠.
그런데 지금 나오고 있는 보도를 보면 영국정부에 대한
말은 쏙 들어가고 영국민들에 대한 십자포화에 여념이
없어요. 왜일까요? 간단합니다. 이미 기술한대로 현재
국내보도는 독자적인 기사가 없습니다. 전부 해외 유수
통신사나 글로벌 미디어그룹 기사를 송고받아서 그냥
받아쓰기하고 있습니다. 그 통신사-미디어그룹들은
이번 브렉시트로 상당히 피곤한 상태죠. EU 체제내에서
손쉽게 해먹던거를 영국정부-EU와 다시 재협상을 해야
하고 조세 문제도 꽤나 복잡하게 꼬여버립니다.
과반 이상이 유태계인 이들 미디어그룹에게 이런 상황이
결코 달갑지 않죠. 이들은 그런 울화를 마음껏 표현하고
있구요. 그걸 우리 언론들은 그대로 받아쓰기하면서
엄한 사람을 잡고 있는 겁니다.
하아...글이 또 심하게 길어졌네요. 글이 두서가 없으나
할 얘기는 대충 한거 같습니다. 먹고 마시고 욕하라고
있는 입이니까, 욕은 마음껏 하십시오. 그러나... 대상을
잘 가려서 했으면 합니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이 나라 국민들이
지금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민들을 욕하는건 어찌
보면 무척 아이러니합니다. 물론 브렉시트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만 현재 우리가 쏟아내는 욕을
온전히 다 감수해야 할만큼 영국민들의 지난 삶이
영화롭지 못했어요.
지난 글에서 연쇄살인마 잭더리퍼가 런던경시청에
보낸 편지 말미에 발신을 'from hell'이라고 적었다고
언급했는데... 그때 말씀드린대로 당시 영국(아마 19세기
후반경)은 12살짜리가 하루 17시간 노동하고 나이
40에 각혈하며 죽어가던 시기에요. 실제로 일부 귀족을
제외한 영국민 대다수가 이미 지옥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from hell은 '발신지 불명'이나 마찬가지죠.
이번에 브렉시트를 택한 영국 노년층의 할아버지들은
그렇게 공장에서 마스크도 없이 17시간씩 일하다가
나이 40에 죽어간 사람들이고... 그들의 아버지는
탄광에서 일하다가 대처의 노조 말살정책때 뿔뿔이
흩어져 빈민으로 전락한 사람들이며, 그들 자신은
2차대전때 태어나 참화를 겪고 대처 집권기때 폭등한
물가속에서 죽지못해 살며 그저 축구 보는걸 유일한
낙으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시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못할거 같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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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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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해외도 언론에 가려진 그늘이 항상 존재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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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언론사에서 보도되는 뉴스들은 항상 외신들과 비교해가며 봐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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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다니는 사람만 만나면 '썰전' 믿지말라고 충고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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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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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언론매체는 그냥 예능감상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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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 이슈때문에 파운드화를 좀 사보려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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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거리가 있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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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글도 재미있네용.. 동시에 의문점도 생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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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그룹의 보도는 '오보'라기 보다 '정치적 보도'라고 봐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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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밥줄걸려서 그렇단거네요 허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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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우리가 더하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도출하시는데.. 그거 부정하는 사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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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언론이 브렉시트를 그릇된 선택으로 몰아가는 이유는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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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헬조선이랑 비교하는건 이치에 맞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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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은 일정정도 맞는 얘기이긴 합니다. 다만 많이 과장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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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편에 걸처 좋은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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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ㅏ...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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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도 잘 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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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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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폰으로 보니 정말 그렇군요. 작성은 노트북에서 메모장 열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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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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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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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며칠전부터해서 전날까지 영국이 브렉시트 탈퇴해야되는 이유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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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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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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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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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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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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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725023님의 댓글 net****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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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