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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망한 PC방 인수해서 3년간 운영한 이야기 -3
세가와온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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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0-25 03:34:13
조회: 663  /  추천: 2  /  반대: 0  /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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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닷새동안 야간 12시간을 근무하고 나더라도 주말 이틀을 쉴 수 있다는게 행복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아침에 8시에 야간 알바를 퇴근시키고

 

오후 2시에 올 다음 알바를 기다리며 근무를 했다. 야간 알바에게는 시급으로 8500원을 줬다. 10시간짜리 근무였기 때문에 이틀을 하면 주휴수당이 나가게 되므로

 

한달에 13만 6천원을 더 지급해줘야 했다. 그래도 난 주말만이라도 쉬고 싶었다. 다행히 구한 친구는 정말 성실했다. 내가 해놓은 청소만큼 매장이 깨끗했다.

 

이 친구는 1년 6개월 넘게 우리 매장에 있다가 취업 때문에 그만 두었다. 그만 둘 때 퇴직금 80만원에 20만원을 얹어 100만원을 채워줬다. 어디가도 욕 안먹을 알바생이었다.

 

 

 

호사다마라고 가을이 지난 후 2017년을 맞은 1월에 위기가 닥쳤다.

 

12월 말에 들어서면서 나는 겨울방학 성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매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내가 봐도 손님이 너무 없었다.

 

난 앞타임 근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다 내보냈다. 다시 16시간 근무를 시작한거다. 다행스러운 점은 주말만큼은 쉴 수 있었다는 것... 

 

201701-02.png

 

17년 1월과 2월 매출은 박살이 나버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옆건물 5층 PC방이 업그레이드와 부분 리모델링을 했었던 거다.

 

그래픽카드를 1060 3gb 모델로 교체하고 인테리어를 바꾸고 다양한 음료와 먹을거리도 팔고. 그나마 다행히 모니터는 그대로 60hz 였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비수기인 3~4월이 도래하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3월과 4월의 월 매출이 1000만원도 못 찍은 것이다.

 

3월 매출은 930만원, 4월 매출은 967만원이었다. 내가 인수하던 시점과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정말 암담했던 때였다. 알러지도 더 심해졌고...

 

 

이때 나는 전 사장님께 갚을 금액이 200만원 밖에 안남은 상태였다. 통장에는 1200만원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5월, 다시 돌파구를 발견하게 된다. 2016년에도 5월에 오버워치라는 돌파구가 생겼었는데 2017년에도 그랬다.

 

 

난 게임 커뮤니티를 많이 돌아다니는데, 크게 난 것도 아니고 작게 올라온 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아마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BATTLE GROUND, 한국 게임 최초 스팀 판매고 10만장 달성] 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스팀 게임을 가끔 하긴 했지만 스팀이라는 플랫폼은 한국에서 그다지 유용하거나 유명한 플랫폼은 분명 아니었다. 지금이야 게이머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이때만 해도 난 순수한 호기심 때문에 배틀그라운드를 샀다. 무슨 게임이길래 한국 게임이 스팀에서 10만장이나? 라는 생각으로 구매를 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하스웰 i3, GTX660, 램 8gb 짜리 PC로 주말 이틀 동안 미친듯이 했다. 최적화 개판이라 프레임 40도 안나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했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을 새고 나서 일요일 오전에 딱 마음을 먹었다. [바로 이 게임이 내 PC방을 살릴거야. 게이머라면 이 게임을 안할 수 없을거야.] 라고.

 

 

난 통장을 다 털어서 전좌석 그래픽카드를 1060 3gb로 바꿨다. 6gb 사고 싶었지만 비싸서 3gb를 선택했다. 다행히 그 때만 해도 코인열풍이 불기 이전이라

 

그래픽카드가 싼 편이었다. 1060 3gb 그래픽카드를 개당 21만원 현찰박치기로 구입했다. GTX660은 개당 5만원씩에 중고업자에게 팔았다. 992만원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때도 운이 참 많이 따랐던 것 같다. 내가 배그를 몰라서 나중에 그래픽카드를 구하려고 했으면 개당 45만원씩은 줬어야 했다.

 

코인열풍이 불어닥치기 1달 전에 구입을 했으니 하늘이 날 도왔던 게 아닐까?

 

 

8gb 램으로 배그를 하면서 근 1시간마다 튕겼기 때문에 나는 체감상으로 무조건 16gb 램을 갖춰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8gb 램을 추가로 샀다. 이때 역시 동남아 램 생산업체가 도산하기 직전이어서 삼성이 램 가격 덤핑 공세를 하던 시점이라 램값조차 쌌다.

 

난 8gb 중고 삼성램을 개당 4만원에 구매했고 본체마다 장착해 전 좌석을 16gb로 만들었다. 램값으로 248만원을 지출했다. (이 후 한달 사이에 이 중고 램 값은 8만원을

 

돌파하게 된다!!) 이렇게 1240만원을 지출하고 내 통장 잔고는 다시 10만원 미만으로 내려갔다.

 

 

CPU도 바꿔야했는데 돈이 없어서 결국 카드 할부로 구입했다. 기존에 있던 하스웰 i3를 넘겨주고 i5-4690을 개당 17만원씩 얹어주고 구입했다.

 

이것도 근 천 만원 넘는 금액이었는데 (1054만원) 6개월 할부로 긁었다. 한달에 거의 180만원 넘게 갚아야하는 금액ㅠㅠ

 

그래도 i3로는 배틀그라운드 돌리기 너무 힘들기 때문에 필수적인 부분이라 부담이 되더라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빚이 천만원가량 더 생긴 셈이다.

 

(원래는 제온 모델을 구하고 싶었으나 신품이 아예 없었고 중고로 낱개 구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제온이었으면 더 좋았을지도.)

 

난 밤새도록 본체를 열어 CPU를 꽂고 서멀을 바르고 쿨러를 장착하면서 그렇게 2017년 5월을 마무리했다.

 

 

 

그 후 온갖 팁글을 분석해서 최적화 스팀 명령어를 짜고 그래픽 설정 옵션 등을 손 본 후 전 좌석에 스팀 접속이 가능하게 만들어 배틀그라운드를 설치해뒀다.

 

그리고 매장에 오는 단골 손님 중 FPS 게임 (서든어택, 오버워치, 아바 등등)을 자주하는 손님들에게 배틀그라운드를 알려주고 내 스팀 아이디로 잠깐씩 할 수 있게

 

시켜주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성인 손님들은 사흘 안에 본인 스팀 계정을 만들어서 배틀그라운드를 구입했다. 10명에게 권하면 8명은 샀다. 그만큼 재미있는 게임이니까.

 

 

매장 바깥에 [전좌석 배틀그라운드 설치. 램 16gb + 1060 업그레이드. 144hz 모니터 완비.] 라고 써붙이자 이상하게 처음 보는 손님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 다른 매장을 이용하던 손님들이었을텐데 딴 곳에서 스팀 접속이 안되거나 배그가 설치가 안되어있거나, 플레이 중 자꾸 튕기니까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배그 손님들이 많이 늘어났고 그렇게 2017년 6월이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7~8월 방학 시즌을 맞이했다. 이 여름방학동안 나는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일을 겪게 되었다.

 

201706-08.png

 

배틀그라운드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배그 손님이 유입된 2017년 6월, 나는 순이익으로 1200만원 정도를 벌었다.

 

그리고 7월과 8월, 스팀 배그를 즐기는 신규 성인 손님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나는 처음으로 2천만원대 매출을 찍었다.

 

62대, 그리고 음식이라고는 컵라면과 햄버거만 파는, 음료는 캔음료 밖에 없는 매장에서 2700만원이라는 매출을 올린 것이다.

 

 

7월과 8월에 나는 각각 1900만원이라는 순이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 7월부터는 내보냈던 알바들을 복귀시켰다.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동안 나는 48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렸고 그 중에서 1100만원 가량은 CPU 때문에 긁은 카드 값을 미리 결제 인출 해달라고 해서

 

바로 정리를 했다. (이자 아끼려고...)  스팀 배그라서 유료 게임비도 안빠지니 순이익을 더 올릴 수 있었다. 정말 나에겐 행운같은 게임이었다.

 

 

카드값을 정리하고 남은 3700만원 중에서 전 사장님께 마지막 100만원을 송금해 인수대금을 모두 갚았다. 이 매장을 인수하고나서 1년 7개월만에 끝낸 것이다.

 

그리고 전좌석의 의자를 새거로 교체했다. 그동안 용접하느라 너무 스트레스 받았기 때문에 얼른 바꾸고 싶었다. 의자 교체에 1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2700만원이 남았고 이 중에서 1천만원을 부모님께 드렸다. 이번엔 울지 않으시더라ㅋ 그래도 무척 기뻐하셨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아르바이트 숫자도 좀 더 늘릴 수 있었다. 밤에도 손님이 많아서 내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월요일 밤과 수요일 밤을 해 줄 알바생을 한 명 더 구했다.

 

이 친구도 주말 야간 알바생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그래도 잘 해주고 있다. (1년 지난 지금도 일하고 있다)

 

 

그리고 알바생들에게 보너스를 줬다. 총 300만원을 쪼개서 방학 기간동안 너무 바쁘게 뛰어준 알바생들을 위해 챙겨줬다. 알바생 숫자가 총 10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평균적으로는 30만원씩 나눠준 셈이다. (물론 주말에 하는 친구들과 야간하는 친구들에게 좀 더 줬다)

 

 

마지막으로 내 통장에 내 생활비를 제외하고 1200만원이 입금 됐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돈을 벌어 본 때가 이때였다.

 

 

 

나중에 배그 손님들께 들은 바로는, 우리 매장과 인근의 5층과 지하PC방, 그리고 멀리 있는 대형 PC방 중에서 배틀그라운드가 깔려있는 매장은 우리 매장 밖에 없다고 했다.

 

거기에 램 16gb 장착에 최적화 명령어까지 바탕화면에 공지해놓은 곳 역시 우리 매장 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곳에서 하다가 계속 튕겨서 우리 매장으로 왔다는 손님들이

 

엄청 많았다. 그 매장 사장님들하고 교류가 없어서 속사정은 잘 알 수 없지만 그 분들은 스팀이라는 플랫폼도 잘 모르셨던 것 같다. 나에겐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후 우리 매장은 PC 1대당 매출액으로 여전히 전국 상위권을 유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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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확실히 2018년도 절반 정도가 지나면서 배틀 그라운드 인기가 식는다는 게 느껴진다. 전국 점유율, 동접자도 상당히 줄었고 우리 매장 내에서 플레이 타임 점유율도

 

꽤 떨어지긴 했다. 그래서 스팀 게임 중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건 거의 다 설치해놓고 손님들과 함께 즐기는 중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인기 있는 건 역시 카스 글옵, 데바데, GTA5, 몬스터헌터...특히 몬스터헌터 플레이를 위해 플스 디자인과 똑같이 생긴 듀얼쇼크 PC용 조이패드도 들여놨다.

 

 

요즘은 갑자기 데스티니2 손님들이 왕창 늘어서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많이, 그리고 오래들 하더라. 내가 느끼기엔 그 정도 게임은 아닌 거 같은데 이런 걸 보면 

 

배틀그라운드가 대흥행할꺼라고 예상했던 내 선견지명(이라 생각했던)도 그냥 운빨에 불과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고로 가장 최근에 나온 콜옵듀티 블랙옵스는 솔직히 망했다. 콜옵에 블랙옵스 묻었더라 퉤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그냥 WWII 하는 게 진리다...

 

배틀필드5는 아예 설치도 안했다. PC 묻은 게임은 취급 안한다. 참고로 울 매장은 클O저스랑 파이O 판타O14 온라인도 삭제했다. 소울워커는 깔려있다^^

 

(소울워커는 고정 손님 3명 유치 중이다. 소울워커 떡상 사태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플레이 하는 중이고 다른 게임은 손도...안대는 건 아니고 히오스는 하더라)

 

 

배그는 하락세지만 울 매장은 그래도 선방 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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